지난 글에 이어 2편을 쓰다 생각해보니, 어떤 선배가 되어가는가? 라는 제목보다는 어떤 선배가 되어야 하는가? 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선배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하고 싶은 대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반면교사, 타산지석이다.
* 앞서 말하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선배 교사의 상은 개인적으로 혐오하는 상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교사의 모습은 절대 아니며, 교직 문화 내부에서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몇몇의 ‘상’을 지탄하고자 한다.
어떤 선배의 상을 혐오해왔고 그와 반대로 살기를 원하는지를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적자면 너무나 복잡하고 중구난방인 글이 될 것 같아 우선 개략적으로 정리해본다.
첫째, 교사로서 자기 계발과 연구를 게을리 한다.
둘째, 후배에게 자신이 쌓은 경험을 나누지 않는다.
셋째, 어려운 일에서는 경력을 내세워 배려 받기 원하고, 좋은 것을 먹을 때는 경력을 내세워 차지한다.
넷째, 힘들고 어려운 일은 후배에게 권하고, 경력을 내세워 쉬운 일만 하려 한다.
다섯째, 스스로 배우려 하지 않고 후배에게 자신의 일을 부탁한다.
여섯째, 후배들에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돈을 쓸때는 n분의 1인데, 대우는 원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일곱째, 후배의 잘못을 고쳐주려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뒷담화를 일삼는다.
여덟째, 성희롱 혹은 인신공격적인 언행을 한다.
아홉째, 선배라는 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가르치려 하여, 후배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 소통이 양방향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섯째~아홉째에 해당되는 모습들도 혐오하곤 했었으나, 앞선 잘못에 비하면 미미한 것들이다.
대한민국 조직의 많은 곳에서 이런 잘못된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지만, 학교는 특수한 조직 구조이기 때문에 이곳만의 부조리함도 존재한다.
이런 불합리한 조직 문화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교직은 안정된 직장이다. 둘째로, 성과에 관계없이 호봉이 올라간다. 셋째로, 교장-교감을 제외한 모든 교사는 평교사로서 구조상으로는 수평적인 지위를 갖는다.
노력하지 않아도 자리가 보장이 되고, 호봉이 쌓여 연봉이 올라가는 전형적인 공무원으로서의 직업적 특성으로 교사는 나태해지기가 너무도 쉽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반드시 스스로 치열한 삶을 살아야 한다. 교사 개개인은 그 자체로서 교육과정이자 아이들에게 배움의 교본이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시도 나태해져서는 안된다. 그것이 교사로서의 가장 큰 책무성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장에서 나태한 선배들을 적잖이 만나왔다. 나이스 도입이 이십년이 다 되어가는데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서 후배에게 부탁하는 모습들. 아이스크림 사이트에 전적으로 의존해 수업을 운영하는 모습들. 어려운 업무는 기피하고 쉬운 학년과 쉬운 학급을 선호하며 근무시간내 조차도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어떤 행위도 없이 너무나도 편하게 교실에서 여가를 즐기던 분들. 그리고는 조직에 너무도 큰 혜택과 신뢰를 요구한다.
모든 직업에는 '짬바'라는 것이 있다. 연차가 쌓이면 치열하게 노력하진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쌓이는 경험의 산물이다. 하지만 교직이라는 직업은 스스로 치열함을 잃고 살아간다면 소위 말하는 짬바는 쌓이지 않는다. 그저 도태되어갈 뿐이다. 남에게 피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만 도태된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이러한 아쉬움은 선후배를 막론하고 모든 교사에게 흠이 될 수 있다. 다만 '선배'로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교사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당췌 후배를 후배로서 배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봉제로서 경력이 쌓인 교사에게 그만큼의 월급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눔의 책무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의무적으로 본인의 경험을 나누어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어야 한다. 의무적으로 경력이 많은 선배가 후배보다 어려운 일을 맡아 끌어주어야 한다. 어쩌다 후배가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게 된다면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의무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의무적으로 선배로서 후배보다 더 많은 일과 어려운 일에 대해 잘 알고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월급 500인 선배 교사가 월급 실수령액이 200조차 되지 않는 새파란 후배에게 기피 업무와 학년 등을 미루는 모습. 이것은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호봉제에 의하면, 선배는 후배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교직 사회의 이상적인 문화가 되어야 한다.
월급도 더 받으면서 후배에게 나누지 않고 오히려 미루기만 한다면 그것은 선배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잃는 것이다. 선배는 선배다울때 그 권위가 생긴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내가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면 나 역시 후배에게 선배로서의 권위와 배려를 바라서는 안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나의 선배교사론에 대한 이야기였고, 짧게 나마 글을 마무리 하며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우선은 나는 개인적으로 되먹지 못한 선배들을 다수 만나왔으나 멋진 선배님들도 여럿 만나왔다. 나의 교직 생활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힘으로 지탱되어왔다. 학교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되먹지 못한 선배와 정말 '된' 선배들도 있기에 우리는 후배로서 '된' 선배들에 의지하며 함께 좋은 학교 문화를 만들면 된다. 전자들에 의해 상처 받거나 실망한들 좌절할 필요는 없다. 어디에나 학교에는 '된' 선배들도 많이 있으니까.
그리고 우습게도 사실 난 10년차 교사임에도 후배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ㅋㅋ 운이 없다고 해야 할지 어딜 가나 막내급의 위치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럼에도 막내 짬밥에 아이러니하게도 부장경력을 몇년이나 쌓았으며, 온갖 학교 일과 다양한 교과목, 학년을 맡으며 나의 경험을 '선배'로서 온전히 나누게 될 그 때를 위해 나름 치열하게 살고 있다.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을 부르짖는 주제에 스스로는 쪽팔린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다행히도 지금의 나는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 내가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성장해 나가야할지를 배우며 학교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
학교에서는 선배가 그럴듯한 교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후배들을 이끌어나가야 그로 인한 달달한 결과물이 결국 우리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