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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Apr 08. 2023

내가 살던 동네의 냄새

나는 이곳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정말 오랜만에 연남동에 들렀다. 모임이 있어 오게 된 가좌동 일대는 그냥 그 동네의 냄새부터가 다른듯했다. 뭔가 나의 동네, 나의 마음의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 홍제천을 걷다가 모임 장소로 향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나는 이쪽 부근 동네에서 대략 30년 가량을 살다가 서울 동남부 지역으로 이사한지 5년 정도가 되었다. 몇 년의 한번씩 살던 동네쪽을 찾게 되는데 이번엔 대략 2-3년 만의 ‘귀향’이었다. 살던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이곳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 동네가 그래도 참 사람냄새 나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서울이긴 하지만, 그 뭔가 서울이나 도시답지 않은 그런 느낌이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대학교가 많아서 젊은 20대들이 많이 사는 그런 느낌이 있다.


뭐랄까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까칠하면서도 산뜻한 새로우면서 미숙한듯한 이것저것의 다양함이 섞인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동네이다. 나는 이 동네를 사랑했다. 정작 살때는 잘 몰랐지만 떠나게 되니 명확하게 느낀다. 내가 이 동네를 사랑했다는 걸.


가좌역에 내려 동네를 걸어 연남동을 향하는데 나의 발걸음에 내가 사랑하는 냄새가 얹어진다. 이게 나의 냄새같다.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나지 않는 그런 냄새다. 나는 그냥 이 동네가 어울리는 사람인가보다. 동네와 사람의 냄새가 같다. 나의 감성과 색채는 이쪽인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는 동네도 참 좋긴 하다. 참 마음에 드는 구석이다. 그러나 이런 느낌은 아닌듯 하다. 오랜만에 찾아도 언제나 푸근한 할머니네 집 같은 그런 느낌.


사람에게는 각자만의 냄새가 난다. 그게 가끔 어떤 동네와 일치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순간이었나보다. 언젠가 이 동네로 ‘귀향’하고 싶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마음이 편한 고향으로 냄새가 같은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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