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말보다 더 큰 힘을 가지는 건
매주 우리 반 아이들에게 편지를 쓴다. 쓴 편지는 주간학습안내에 덧붙여 내보낸다. 매주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쓸 때마다, 쓸 말이 많지 않을 것 같았는데 쓰다보니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아주 많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쓰다 보면 A4 한쪽을 넘어갈 정도라 나름 정돈해서 A4 한쪽 분량으로 줄여 담는다. 그래도 처음에는 쓸 말이 적었는데 요즘은 쓰다보니 다음주 다다음주 내용까지 미리 쌓여있다.
매일 얼굴 보며 사는 아이들에게 뭘 그리 할 말이 많을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할 말이 많다. 말로는 다 전하기 힘든 마음이 있어서다. 그리고 같이 살면서도 때론 좋은 이야기를 해줄 시간이 부족할때도 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나 꼭 하고 싶은 격려의 말들이 있었는데 타이밍을 놓쳐 못하는 말들도 많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글로 적절하게 표현할 필요도 있다. 말로는 전하지 못한 마음과 말들이 글이 되어 전해진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글은 때때로 말보다 훨씬 더 진한 힘을 갖는다. 말은 사람의 마음에 남기는 하지만 휘발되곤 한다. 하지만 글은 길게 남는다. 그래서 그 안에 담긴 사람의 마음도 길게 남겨질 수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나의 마음이 말보다는 더 길게 남겨지고 더 깊게 새겨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편지를 쓴다.
내가 쓴 편지를 주말내 부모님과 함께 읽게 시키고 월요일 아침에 모여 다시 그 편지글을 읽어준다. 그리고 아이들과 생각을 나눈다. 때때로 그 시간에 작은 감동이 생긴다. 아이들이 글을 읽으며 내면에 조금의 울림이라도 생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들이 쌓여 우리에게 큰 힘이 되리라는 바람이 있다.
편지의 내용에는 조언과 격려를 적절히 섞어 담는다. 그래도 격려의 말이 더 많다. 아이들에게는 잔소리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의 진심을 담아 아이들에게도 글이 진심으로 전해지리라 믿는다. 그건 사실 매주 편지를 쓰는 내 바람이다. 아이들이 내 마음을 좀 더 잘 알아주길 바라며, 내가 바라는 대로 더 성장하고 지금과 미래에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 명 한 명이 따로 따로가 아니라 우리 반 공동체 모두가 같이.
마지막으로 지난 주 나의 편지를 조금 따와 적는다.
"지난 학교 활동은 힘들었지만 모두가 다같이 끝까지 견디고 완주했다. 그때 너희 각자가 얻었을 보람과 성취감도 아주 컸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완주’의 경험은 앞으로 너희가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견디는 힘’이 되어줄거야.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고 능력이란다. 세상은 견디는 자, 버티는 자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곳이다. 어렵다고 포기하고 힘들다고 회피한 사람은 결국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너희는 우리 학교에서 살면서 그런 ‘견디는 힘’을 꾸준하게 길렀고 남은 시간동안에도 잘 길러서 잘 견뎌내는 사람이 되어 미래에 각자가 원하는 성취를 얻어낼거야. 쌤은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