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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May 08. 2023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삶을 나누는 것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떤 의미일까?


교실에서 아이들과 평소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인원이 많지 않은 (11명) 학급이라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 명 한 명 귀담아 들어주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이야기의 나눔이 정말 자연스럽다. 이야기에 각자의 생각이 담기고 자신의 삶이 담긴다. 그래서 조금 특별한 행위가 되어간다. 아이들은 아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도 들어준다. 그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건 가장 기본적인 교육적 행위다. 우리는 교실에서 대부분의 소통을 입말을 통해 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일상적인 행위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고 있는 이야기 나누기는 여타의 다른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양과는 다소 다른 것 같다. 우리의 이야기 나누기는 어떻게 어떤 의미를 가지기에 일상적이지만 소중한 교육적 행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야기 나누기는 ‘생각’ 나누기다. 사람은 말과 글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생각을 나눈다. 이때 이야 기 나누기는 입말과 글말 두 가지로 모두 할 수 있으나, 입말로 나누는 소통에 좀 더 가깝다. 우리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하는 여러 가지 공부의 방식 중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람은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또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정리하여 또 다른 생각을 만든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새롭게 이야기가 만 들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생각이 점점 커지고 넓어지고 정리된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공부하고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 나누기는 ‘삶’ 나누기다. 각자 생각에 대해 표현하고 들어주고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삶에 대해 나누는 것이다. 아이들과 주말이야기를 하거나 공부 시간에 아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각자 겪은 경험과 본인의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알 수 있다. 각자의 삶을 꺼내 이야기를 나눌 때 ‘나와 너’에서 ‘우리’가 되어가는 것을 느 낀다. ‘우리’는 공동체로서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아주 소중하다. 그래서 주말이야기가 생 각보다 더 소중할 때가 있다. 주말에는 각자의 가정으로 흩어져 있지만 우리가 하나의 같은 마을로서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시간이 된다. 단순히 잡담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모두 편하게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다른 친구의 삶에 관심을 가질때 진짜 ‘우리’가 되는 것 같아서 좋다.


물론 교실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소통과 교육활동은 ‘이야기 나누기’를 바탕으로 한다. 다만, 우리 아이들과 하는 ‘이야기 나누기’는 그것과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이야기에 아이들 각자의 삶이 담겨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때의 이야기는 지식이나 정보의 교환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다. 이야기 나누기가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고 교실에서의 공부와 이야기가 아이들의 삶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의 공부는 아이들에게 실제적인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이야기에는 응당 삶이 담겨야 한다. 그런 이야기 나누기에 아이들이 익숙해질수록 우리의 교실은 단순히 공부하는 곳을 넘어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런 삶의 공간을 지향하며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삶을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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