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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Oct 05. 2022

환절기를 지나는 중

몸과 마음이 어려운 시기에는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까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변하는 시기다. 환절기. 나같은 비염, 알러지 환자들에게는 정말 죽을 맛인 시기이다. 나를 닮은 우리 딸도 근 2주간을 콧물, 축농증, 기침에 시달리고 있다.


비단 비염 환자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어린아이들도 대부분 콜록콜록하며 어려운 시기를 나고 있는 중이다. 반 아이들이 돌아가며 하루 이틀 결석하는 날이 생기곤 한다. 다들 심하게 아프진 않아도 컨디션이 꽤나 저하되어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공부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환절기 같이 계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시기가 되면 매년 몇 번씩 벌어지는 일들이다. 반 분위기도 꽤 어수선하고, 뭔가 느슨해진 것 같고, 아이들도 축 늘어진 것 같은 모습들을 보이는.


교사로서 지켜보기에 아이들이 좀 딱하기도 하다. 그냥 앉아있기에도 쉽지 않은데 무언가를 열심히 하게끔 독려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딱해보이지만 그래도 이 시기에도 무언가는 가지고 가야 하지 않은가 속으로 되뇌이게 된다.


우리 학교, 우리 교실에서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대단히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해야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크다. 때문에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자연스레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있고, 양질의 수업과 배움을 일으키기가 어렵다.


이런 시기에 물론 아이들을 배려하며 조금은 느슨하게, 재미있는 활동 위주의 수업으로 구성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번엔 반대로 기본에 충실하도록 아이들을 독려하고 있다. 느슨하고 여유로운 수업도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아이들의 학습 리듬이 공동체적으로 완전히 무너질 수가 있기에, 새롭고 즐거운 수업보다도 단순하지만 익숙하여 아이들이 비교적 스스로 참여하면서도 에너지 소모가 적을 수 있는 형태로 하루를 짜고 있다.


책읽기, 글쓰기, 스스로 과제하기, 모둠과 함께 과제하기, 배운 것 나누기. 새롭거나 창의적인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익숙하지만 기본에 가까운 배움 활동들로 아이들이 스스로를 다잡고 공동체적으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지고자 한다.


학급 운영을 하다 보면, 개개인의 체력과 건강상태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공동체의 체력과 건강상태도 중요하다는 걸 보게 된다. 몇몇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있더라도 공동체의 체력과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면 아이들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학급 공동체성이라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아이들 스스로 모르는 와중에도 서로를 돕게 되는 무형의 유대감이 이럴때일수록 빛을 발하곤 한다.


아침 저녁으로 다소 쌀쌀한 이 계절에 우리들의 몸이 적응을 하게 될 때, 기본에 충실하며 태도와 체력을 다잡고자 하는 지금의 노력이 우리 공동체에 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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