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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Apr 14. 2020

온라인 개학을 맞아 - 온라인학습이 아닌 가정학습으로

최근 학교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유사 이래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였습니다. 이에 따른 많은 혼란이 발생되고 있죠. 16일부터는 중등에 이어 초등에서도 온라인으로 학교의 문을 여는데, 벌써부터 교육부 및 에듀넷 서버가 터지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현장 교사로서 한가지 의문인게, 교직원만 접속하는 K에듀파인도 서버가 불안정하여 접속이 불가할때가 수도 없이 많은데, 전국 수 많은 학생이 이용할 에듀넷 서버 운영이 원활히 가능할까요? 


온라인 학습환경의 구축, 학습 체계의 마련, 실제적 교육과정의 운영 등으로 학교 현장은 몇주째 많은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고민에 빠져 있다가 그 고민 속에 한 번 더 빠지다가 아예 좌절해버리는 그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교육부에 연이은 개학 추가 연기로 교육과정을 실제 계획하고 운영하는 일선 학교가 재차 삼차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유사이래 최초로 온라인 교육과정을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 학교와 교사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학교와 교사가 현재 어려움에 놓이게 된 원인과 이유는 다양한 것이 있지만, 이에 대해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그 원인은 지난 일이 되었으니까요. 


다만 저는 어떻게 교사로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우선, 현재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지게 된 첫번째 이유로 교육부의 지침을 뽑고 싶습니다. 교사로서 관련 최상위기관인 교육부에서 내리는 지침은 절대적인 것인데요. 이번 상황이 초유의 사태인지라, 부처 및 도교육청에서도 지침을 절대적으로 제시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여러 방법과 방안 그리고 하나의 추가적인 채널로서 제시를 하고 지원을 해주는 느낌입니다. 이걸 꼭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다른 학교의 준비상황을 보다보면 학교 실정과 맞지 않는 이 '지침'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이 지침을 절대적인 기준이자 지시사항을 여겨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이를 따르려고 하며 벌어지는 소동들입니다.


하지만 작금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 실정과 맞지 않는 절대적인 지침을 따라야만 할까요? 반드시 출석체크를 화상회의나 이학습터등을 활용해서 해야할까요? 온라인 상으로 수업시간과 시수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를 꼭 지킬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교사와 학교를 위한 지원 체계를 제시해준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교사들이 '지침'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우선 이러한 강박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지침의 강박에서 벗어나면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움주어야하고 해야만 하는 일들이 보입니다.


당연히 우리의 모든 일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습니다. 작게는 우리 반의 우리 아이들을 중심으로 생각해봅니다.


중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강의식 수업, 그리고 정확하게 짜여진 수업 시간 운영이 초등에서도 가능할까요? 그것도 여러모로 쉽지 않습니다.


                                                                                        ◈


저는 지난주부터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일정과는 상관없이 가정학습 교육과정을 정상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지침에 얽매여 아이들의 소중한 세월을 낭비하게 하고 싶지 않고,

저희 아이들이 종일 TV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조금이나마 아이들에게 실제적인 배움이 일어나게끔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2주째 온라인 학습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가정 학습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과제 중심의 교육과정을 구성하였습니다. 이것이 저희 반의 가정 학습이 온라인을 통한 학습이지 온라인 학습이 아닌 이유입니다. 수업 시간이나 시수와는 무관하게 아이들이 충실하게 교사가 제시하는 과제를 할 수 있게끔 구성하였습니다. 초등이라는 발달 수준 그리고 가정학습이라는 환경을 고려하면, 시간중심이나 정확한 시간표대로의 운영보다는 과제를 중심에 놓는 것이 적합합니다. 또한 어린 아이들이 학습에 필요한 스마트 매체는 거의 없습니다. 제가 직접 배움에 도움이 될만한 영상을 제작해 올리지만 길이도 5분 이내에 짧은 영상이고 이 영상 시청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잠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아이들이 학습하는데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모든 교재, 학습준비물을 준비하여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가정으로 배부하였습니다. 지난주, 그리고 이번주 주 1회 준비물 및 교재를 배부하였고, 매체 사용이 필요없도록 모든 학습자료는 출력하여 배부하였습니다. 또한 맞벌이 등으로 수령이 어려운 가정은 직접 가정방문하여 배달 하였습니다.


가정학습 교육과정을 시작한 이후로 부모님을 통해 학생들과 수시로 전화 연락 등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주 1-2회는 학습이나 건강상태 등을 묻기 위해 아이 그리고 부모님들과 소통합니다. 재밌는 것은 그 어느 교직시기보다도 부모님들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자주 연락하고 이야기 나눈 적이 없던지라 대면 만남은 적지만 오히려 더 친밀해진 느낌까지 들 정도입니다. 


다음으로 가정학습을 운영하며 모든 온라인 플랫폼은 한가지로 일원화하였습니다. 이유는 학부모의 노고를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시기 집 밖의 경제활동으로도 힘든 부모님들에게 가정학습을 통하여 오히려 그 짐을 늘려주는 일은 있어서는 안됩니다. 가정학습의 원칙 중 하나는 학습자의 배움을 최대화하는데에 있지, 학부모의 부담을 늘리는 데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습양이나 수준도 적정화하여 학습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구성해주고 각종 안내나 소통 등은 하나의 채널로 일원화하여 학부모가 가정학습으로 인해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안게 하지 않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학부모의 역할은 소통의 도우미이자, 과제 안내 및 과제 제출 도우미 정도,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부담입니다. 따라서 학교에서는 가정이 온라인사이트 가입이나 기기 구비 등의 학습 환경 구성에 부차적인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도록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장치들로 가정학습의 주체가 되는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은 비교적 덜면서 배움이 최대화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사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로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교사인 저희도 이런 일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유사 이래 처음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는 당연한 과정입니다.


다만 교사는 시행착오를 두려워 하지 않고 학생의 배움만을 중심으로 생각하여 창의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교사의 역량과 의지가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


최근 온라인 개학 상황과 더불어 전국에 있는 많은 능력자 교사들이 자신의 재능을 아무 대가 없이 기부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 분들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을 다시 불태우게 됩니다. 주식시장 동학 개미운동도 아니고 교사판 동학운동이라고 일컬어야 할 상황입니다. 


아무튼 상위기관에서도 뚜렷한 해답을 줄 수도 없고 뭔가를 확실하게 지원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저희는 지침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학교와 우리 아이들에 맞는 배움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연구하여 용감하게 나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선생님들과 대한민국 교육 가족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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