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성이 없어도 괜찮아
매주 수요일마다 아침활동으로 아이들과 숲산책을 다닌다. 우리 학교는 산속에서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어디로 산책을 가든 그저 참 좋다. 몇 년을 숲을 헤집고 다닌 아이들이라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아도, 우리가 만나는 자연에는 매번 새로움이 있다. 같은 공간에서도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느끼기 때문이다.
어제 본 우리 반 아이 글에 이런 말이 있었다.
“올해는 꽃이 더 늦게 피는 것 같다. 봄도 늦게 오는 것 같다. 봄이 빨리 왔으면 했는데 늦게 와도 좋다. 우리 학교에서는 산 아래보다 봄을 더 길게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우리 아이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서 사랑하는 것 같다. 게다가 계절의 흐름을 느끼며 계절이 다가옴에 감사하기까지 하다니, 아이들이 나보다 더 낫다.
어쨌든 숲 산책을 다니다 보면 숲 산책을 어떤 교육활동과 연결 짓지 않더라도 재미가 있다. 때로는 아무 목적 없이 산책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몸과 마음으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발견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좋다. 나도 별 생각 없이 산책하며 아이들과 두런두런 수다를 떨때 더 친밀해지고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기분탓일수도 있겠지만 숲으로 산책을 다녀오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편안해지고 밝아지는 것 같다. 덕분에 하루가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전 학교에서는 안전 문제로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부지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기시 되어 있었어서 아이들과 이런 즐거움은 누릴 수가 없었다. 이 조차도 어쩌면 자연으로 둘러싸인 우리 학교의 특권일까.
숲산책 같은 교육활동을 하면,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육활동이 반드시 뚜렷한 목적이 있을 필요는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로 어떤 것들은 목적이 없어도 그 자체로 좋고, 또 그 안에서 더 큰 의미와 배움을 찾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바로 ‘잠재적 교육과정’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