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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im Jun 20. 2024

수학보다 중요한 공부?

매주 아이들과 숲으로 산책을 함께 가요

감사하게도 숲으로 둘러싸인 학교인 우리는 당연하게도 주1회 꼭 숲으로 산책을 간다. 아이들에게는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늘 하는 숲산책이다. 뭐가 그리 좋을까 싶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숲으로 가는 산책을 사랑하고 즐거워한다. 나도 아이들과 아침마다 산책을 다니며 뭔가 특별한걸 하는건 아니지만 그 자체로서 행복하다. 아이들과 산책을 하면 자연스레 두셋의 아이들과 별의별 이야기들을 다 나눈다. 취미나 취향, 책, 영화, 최근에 있었던 일, 소소한 고민이나 가족 이야기 등등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도 시시콜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런 대화들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게 된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다. 그래서 산책은 늘 행복하다. 자연이 주는 행복인지. 아이들이 주는 밝은 에너지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아무래도 두 가지 다인 것 같다.


엊그제 아이들과 숲으로 산책을 다녀오면서 있었던 이야기다. 1블록 수업이 수학인데 지난주에 어떤 이유로 계획대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어 아이들에게 조금 일찍 숲산책을 마무리하고 교실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했더니. 한 친구가 수학 수업이 하기 싫어선지, 산책이 좋아선지 "수학 공부 안하면 안되나요?"라고 하더라. "왜? 우리 지난주에 수학 수업 제대로 못해서 조금 급한데 오늘은 수학 공부 지난주 못한만큼 더 해야해. 빨리 교실로 돌아가자" 대답하니, 그 아이의 대답이 참 멋졌다.


"우리는 지금 수학보다 더 중요한 공부를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숲에서 좀 더 있다가 가요 네?"


그 아이의 말이 멋져서 그만, 숲에 종일 머무르게 될 뻔 했다. 그래도 이내 마음을 다잡고 "그럼 아주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 할 건 해야지."라고 말했다. 어쩐지 자연을 사랑하지 않는 못난 선생님이 된 것 같아 조금 무안했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 하니까.


수학보다 중요한 공부는 뭘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우리끼리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 같아 굳이 묻지는 않았다.


앵두 하나에 산딸기 하나에 여전히 밝게 기뻐하는 너희를 보며 나는 사랑하게 된다. 너희들과 숲을. 그리고 함께 걷는 이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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