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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Apr 03. 2021

코로나19 예방, 환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19의 주된 감염원은 호흡기 비말 및 에어로졸 전파입니다. 2020년 10월 발표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메인 전파 경로는 감염자와 2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이루어진 밀접접촉이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오랜 시간 머무르고 있다면 2미터 이상 떨어진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가 이미 많이 쌓여 있지요. 특히 노래방이나 운동시설처럼 비말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곳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으면 정말 위험하다는 것, 이제는 다들 아실 거예요.


이전에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표면을 소독하는 것보다 환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내용을 소개한 적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환기를 해야 하는 걸까요?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도 하루종일 환기를 해야 하는 걸까요? 그냥 창문만 열어두면 되는 걸까요, 아니면 에어서큘레이터라도 돌려야 할까요? 환기하는 대신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건 안 될까요?


안타깝게도, 이런 질문에 대한 과학자들의 답은 "아직 잘 모른다"입니다. 그래도 이번 글에서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알아낸 것, 그리고 불완전한 정보라 할지라도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2021년 3월 30일에 발표된 <Nature> 기사의 내용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환기가 충분히 되었는지는 어떻게 확인할까?

사람이 많고 환기가 잘 되지 않은 공간이 위험하다는 건 더 강조하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문제는 환기가 잘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가 보통은 어렵다는 겁니다. 보통 '환기가 잘 되지 않은 실내 공간'이라고 하면 사람이 바글바글한 술집이나 클럽을 떠올리는데요, 사실 사람이 적고 널찍한 레스토랑도 환기가 잘 되지 않은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이 식당이, 저 도서관이 환기가 잘 되었는지를 눈으로만 보아서 알아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지요.


어떤 학자들은 그래서 이산화탄소 농도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서 환기가 잘 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퀸즐랜드 공과대학의 에어로졸 전문가인 리디아 모라프스카(Lidia Morawska)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평소에 휴대용 이산화탄소 감지기를 갖고 다니는데, 야외에서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보통 400 ppm 정도 수준이지만 널찍하고 사람 적은 식당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 ppm까지 치솟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해요. 눈으로 보기에 괜찮아 보인다고 실제로 환기가 잘 되었다는 보장이 없는 겁니다.


물론 이산화탄소 농도가 바이러스 농도와 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 역시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게 관리하는 과정에서 지금보다는 훨씬 환기가 잘 될 거라는 게 주장의 핵심입니다. 이산화탄소 농도 감지기는 비교적 저렴하게 구비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지금 실내 공기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를 수치로 볼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이 좀 더 의식적으로 자주 환기하게 되겠지요. 막연하게 '환기를 자주 해야 해'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과는 분명 다를 겁니다.


2. 얼마나, 어떻게 환기를 해야 할까?

2020년 3월 1일에 발표된 WHO 환기 가이드라인에는 병원의 환기 회수가 시간당 6~12회는 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환기 회수(air change)'란 그곳에 있는 공기를 통채로 바꿔주는 것을 말하는데요, 시간당 환기 회수가 6회라는 이야기는 방 부피의 6배에 해당하는 공기가 매 시간 드나들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미국의 공조엔지니어협회(ASHRAE)에서도 가정집, 사무실, 학교, 병원의 시간당 환기 회수를 각각 0.35, 2~3, 5~6, 6~12회로 권고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기준을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거예요. 캐나다 콘코디아 대학에서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 스무 명과 교사 한 명이 있는 교실의 경우 창문을 활짝 열어두어도 시간당 환기 회수가 0.4회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공조설비를 강하게 돌렸을 때 간신히 시간당 2회 정도를 맞추었다고 하고요.


결국은 창문을 단순히 열어두기만 해서는 충분히 환기를 해주기 어렵다는 겁니다. 우선 창문을 열 때는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방의 반대편에 있는 창문이나 문을 마주보고 개방해야 하고, 환풍기가 함께 있으면 더 좋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되는데요, 공기를 필터에 통과시키면 바이러스가 담긴 비말이나 에어로졸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예요. 2021년 1월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특정한 상황에서는 헤파필터 공기청정기가 어지간한 환풍기보다 에어로졸 농도를 잘 낮췄다고 합니다.


3. 환기가 잘 되고 있으면 마스크를 벗어도 될까? NO!

위에서 언급한 콘코디아 대학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교실에서의 재생산지수(R)를 1보다 낮추려면 시간당 환기 회수가 8회는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재생산지수는 코로나19 감염자 한 명이 다른 사람을 평균적으로 몇 명이나 감염시키는지를 의미하는 수치인데요, 재생산지수가 1보다 크다면 감염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결국 모두가 감염되는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1보다 작다면 환자 수가 서서히 감소하다가 결국에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기계식 환풍기까지 돌려도 시간당 2회밖에 환기가 안 된다면, 환기만으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어느 공간이든 아주 강하게 환기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바깥이 너무 덥거나 추우면 창문을 열어두기 어려울 테고, 환기 장치나 공기청정기를 고출력으로 돌리면 소음도 아주 심할 테니까요. 게다가 지은지 오래 된 건물은 애초부터 좋은 환기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현실적인 선에서 최대한 환기를 하되,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비말이 많이 튀는 활동을 자제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결론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이 되겠습니다.


1. 환기가 잘 되든 안 되든,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 환기를 할 때는 마주보는 창문이나 문을 함께 열어서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3. 창문을 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기계식 환풍장치를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4. 실내 곳곳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면 더욱 좋습니다.
5.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서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Roadmap to improve and ensure good indoor ventilation in the context of COVID-19 (who.int), CC BY-NC-SA 3.0 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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