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은 내 옆 데스크에서 3년 정도 같이 근무한 동료 연구자였다.
처음 내가 그룹에 조인했을 때는 박사 교환 학생이었고,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가 다시 포스닥 신분으로 돌아온 친구이다.
사실상 이걸 쓰게 된 이유가 된 사람인데 계기는 우리가 나눈 마지막 링크드인 메세지였다.
내가 그룹을 떠났고,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한다는 걸 알고있던 M이 내 환송회 일정 메일을 수신하고는 다시 한 번 축하 메세지를 보내왔다. 그리고 캐나다에서의 정착이 쉽지 않아 다시 미국으로 올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D의 안부와 그녀 역시 나를 축하하며 보고싶다는 메세지였다. D는 M의 와이프인데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이론을 증명해 주는 커플이랄까. 그리고는 축하와 몇 번의 메세가 오가는 동안 진심과 덕담을 꽉꽉 채운 마지막 메세지를 M이 선점하면서 대화가 마무리 되었다.
M은 메세지가 이쯤이면 끝나겠거니, 하는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따듯한 말과 진심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이메일에 알았다는 답을 달아서 굳이 thread를 길게 만들지 말자, 주의의 사람들과 일을 해 온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사람이었다.
다른 기억을 M과 논문을 썼을 때로 돌아간다.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논문이 아니라 우리 분야의 특정 기술들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논문이었다. 총 세개의 챕텨였고 내가 1,2파트 그리고 M은 마지막 파트를 담당했었다. 같은 결의 테크닉이기에 두 개 챕터였지만 사실상 1.5 챕터를 쓰는 것과 비슷했지만 또 M의 파트 중 일부는 내가 이전에 했던 실험이라 서로 열심히 도와가며 작업을 했다. 논문을 마무리 짓기까지 늘 그렇듯 혼자 부르는 궁시렁을 반복하며 시간이 흘렀고 마무리 할 때 쯤 PI가 물었다.
"코 퍼스트 중 누가 앞에 갔으면 해? 나는 너희 둘 다 똑같이 기여했고, 그랬기에 너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어."
그때 M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내가 두 파트를 썼고, 많이 노력했기에 앞에 가는게 맞다고.
저자 문제가 복잡해졌으면 나도 그냥 내가 두번째에 갈 사람이다. 그런데 M과의 결이 다르다. 나는 그냥 불편해지는게 싫고, 그런 경우에 어 쟤가 뭘 많이 했나? 내가 한 일이 적당히 많은게 아니었나? 의 어영부영한 태도의 나이스함일 뿐이지 정말로 망설임하나 없이 흔쾌히 앞자리를 양보할 인간은 못된다. 거기다가 우리 둘 다 아웃풋을 내야 하는 상황, 남의 나라에서 뭐든 논문 하나가 아쉬운 상황의 사람이니 그건 정말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M은 떠나는 날까지 좋은 사람이었다. 환송회 담당이었던 내가 음료를 사러 가는데 따라와서 도움을 주고자 했고, 마지막으로 D와 함께 얼굴을 본 자리에서도 끝까지 나의 행운과 안녕을 빌어주었다. 그리고 그 둘은 어떤 외부의 이유가 아닌 스스로 선택해서 된 좋은 사람이라는 부드러운 강함이 느껴주는 사람이기에, 그 따듯한 마음에서 조금의 가식도 느껴지지 않기에 받고 있는 내 마음 한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솔직히 여전히 신기해하면서 존경하고 있다.
작은 따듯함에도 고마워하는 마음을 아는 사람으로 남고자 하는 자아와 냉혈하고 차갑지 짝이 없는 뻔뻔한 사회인으로 재탄생 하고 싶어 하는 자아가 늘 대립하는 나와는 나른 강함을 가진 M과 D의 커플이 무사히 자신들의 커리어 여정을 마무리 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