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친해졌고 그 친구가 내 베프가 되다니.
요즘은 이런게 더 소설같고 영화같다, 그것도 판타지 장르로.
어떤 카테고리든 묶여서 단체 생활이 바탕에 깔리는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에 나오면 근처에서 지내는 것 만으로 지인에서 친구가 되기 어려운데 A와 나는 특별한 접점 없이 알게돼서 한 번 밥먹고, 두 번 차 마시고, 세 번 드라이브가고, 혹 서로가 흑심이 있는 사이라면 연인으로 발전하는 루트를 밟아 베프가 되었다. 그것도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서.
A와 놀러다니며 가장 놀란 점은 베푸는 것에 계산이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보통 사람도 소수 점 하나까지 더치페이를 따지거나 조금 손해보는 걸 세상 무너지는 것 처럼 아쉬워 하지는 않지만 A는 그냥 이건 내가 너에게 보내는 친절이야, 같은 태도가 자연스럽게 깔려있었다.
꼭 이게 어떤 금전적인 부분을 말하는게 아니고 몽글거리고 다정한 호의, 나는 너를 좋아하니까 뭐든 네게 좀 더 줄거야, 와 같은 감정. 그게 금전적인 여유에서 오는 태도이든 혹은 타고난 천성이든간에 내게는 그렇게 사람을 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A의 내면적 여유처럼 느껴졌다. 반대로 A는 내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나 호의도 굉장히 고맙게 받아들여줬는데 자신이 베풀었던 기억 보다 받은 감사함을 더 크게 가지고 있는 따듯한 기억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우리는 종종, '저번에 네가 뭘 더했으니 이번엔 내 차례야!' 같은, 명절 때 식당 카운터에서 카드 들고 싸우시던 예전 친척 어르신들의 순한 맛 버전의 실랑이를 벌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계산 없이 서로에게 조금 더 해줄 수 있다는 마음을 들게 해 준 관계가 내가 A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현재는 비행기로 4시간 걸리는 동부와 서부의 먼 거리에서 지내고 있지만 어제도 시즌 메뉴 아이스 피칸 오트물 라떼에는 카라멜 솔트 폼을 엑스트라로 올려야 한다는 문자를 주고 받은 나의 친구.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내게 그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A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