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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Feb 25. 2024

단점은 보완, 장점에 집중

나의 첫 프랑스 스타트업


2023.08.26


지난 2주간 새 회사에서 일하면서 좀 웃기게도 '어라, 나 지금 프랑스에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3년간 늘었던 프랑스어 실력보다 앞으로 3개월간 향상될 불어 실력의 정도가 더 클 것 같다. 듣기로는 총 3명의 Asian 이 있는데, 그중 2명은 외모만 동양인이고 사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라 불어가 모국어인 교포다. 근데 오히려 쌩 프랑스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편안하다. 수요일 오후에는 2시부터 5시 반까지 연달아 4개 1:1 미팅이 불어로 있었는데, 어찌어찌해서 또 미팅을 잘 마무리했다. 어라, 이게 이렇게도 되네? 신기하기도 하고 이 상황이 코미디 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점심은 대개 7명의 다른 엔지니어 동료들과 밥을 먹는데, 결이 비슷하여 (IT geek...) 비록 그들이 전부 프랑스 남자들이긴 해도 마음이 편하다. 일단 패션 스타일이 대동소이하고 다들 특이한 관심사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십자말풀이, 망가, 뭔 디지털 기기... 그리고 까만 터미널 창에 리눅스 명령어를 무슨 피아노 건반 뚱땅거리듯 친다. 말수가 별로 없고 느리게 말하며, 대체적으로 수줍다.. 그래서 불어가 어눌한 내가 먼저 1:1로 말을 걸면 수줍지만 정성을 다해 설명해 준다. 일을 할 때는 하나에 꽂혀서 깊게 파고드는 경향들이 있다. 




비록 풀 원격 근무 가능하지만 첫 2주 동안은 금요일 제외하고 매일같이 출근했고, afterwork 도 모조리 참여했다. 앞으로도 가급적 월화수목은 회사에 출근해서 일할 생각이다. 지금 나의 실력으로는 도전적인 곳이고 언어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따라잡아야 할 부분이 많아 이틀 전 목요일에는 순간 초조했었다. 그런데 테크 팀 시니어인 T가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줘서 큰 힘이 되었다. '데이터 분야는 통계/수학/비즈니스/알고리즘/컴퓨터 과학.. 해야 할 것들도 많고 경계도 모호해서 자칫 Imposter Syndrome에 걸리기 쉬워. 그런데 각자 메인으로 잘하는 분야가 다르고, 너는 너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어.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여유를 조금 주면서 하나씩 해나가면 돼. 특히 완전 기술적인 부분은 처음에 모든 걸 마스터하기 어려워. 그렇지만 스스로를 믿고 계속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완전한 geek 이 되어버린 너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불어도 솔직히 말해서 너 꽤 괜찮아. 그러니까 스스로를 너무 엄격하게 판단하지 마. 모르는 거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 다시 말하지만, 너만이 갖고 있는 그 장점들을 항상 기억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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