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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Feb 25. 2024

긍정적 스트레스와 삽질

나의 첫 프랑스 스타트업


2023.09.20


새 회사에 입사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시간 참 빠르다. 지난 열흘 동안 간단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되게 복잡한 업무 하나를 맡아서 혼자 진행했는데 잘 마무리가 되어서 뿌듯했다. 결론적으로는 코드 한 줄 추가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이걸 파악하기 위해 무슨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이어지는 몇백 줄의 코드를 10개가량 읽고 파악했어야 했다. 심지어 마지막에 JSON 파일에 파라미터 한 줄 추가하는데 띄어쓰기 하나를 잘못해서 몇 시간가량 또 헤매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회사는 참 좋다. 위치도 좋고, 회사 문화, 협업하는 방식, 기술 스택, 무엇보다 동료들이 참 나이스하다. 다들 여유롭고 성격도 둥글둥글하고 모난 사람 하나 없고 모르는 거 있으면 협조적으로 빠르게 도와준다. 그리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되려 겸손하고 남들도 잘 도와주고 자기를 PR 하지 않는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데이터 팀이 테크니컬 해서 매번 놀란다. 심지어 데이터 분석가들도 git 사용을 능수능란하게 하고, 어느 정도 데이터 엔지니어링도 할 줄 안다. 다들 일당백 업무를 척척 해내니까 나도 적극성을 발휘해야겠다 싶어서 이번주 월요일에는 내가 먼저 앙투완한테 airflow 최적화 티켓 맡아서 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삽질을 정말 많이 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터미널에 vim 명령어로 aws credential 추가하는 것도 기억이 안 나서 떠듬떠듬 구글링 하면서 하고, 깃 설치하고 vscode에 연동해서 회사 깃헙 저장소 clone 해오는 것도 긴가민가 하면서 느릿느릿하고, 다른 팀이랑 회의할 때 미친 듯이 필기해서 회의 끝난 후에 다시 보고, 도커 설치하고 airflow-infra에 airflow-data repository 복붙 해서 bash 명령어로 뭐 설정하는데 헤매고, 번역기 쓰면서 채팅하다가 속도가 느려져서 에라 모르겠다 문법 파괴해 가면서 막 쓰고, 팀 회의 때 불어로 업무 했던 거 설명하다가 또 헤매고, mac 불어 키보드 단축키 몰라서 헤매고. 그래도 주어진 기회가 참 귀하고, 원하던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감사하다. 




요즘 미생 에피소드 한 편씩 보고 잔다. 미생에서 완생을 향해 하루하루를 멋지게 버텨내는 장그래를 보면서 감정 이입도 되고. 미생 명언 중에 좋아하는 거 적고 마음에 되새겨야지.



네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면 점점 인내심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뎌내지 못한다면 승부 따위는 상관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기고 싶다면 나의 고민을 충분히 견디어 줄 수 있는 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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