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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Feb 25. 2024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업무 차이

나의 첫 프랑스 스타트업


2023.10.20

지나치게 신중하면 용기는 사라지는 법.


10월 내내 같은 업무를 혼자서 하고 있는데, 아무리 코드를 많이 보고 일을 해도 내 일에 진척이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 불안이 최근 들어 많이 올라왔다. 왜 불안할까 생각해 봤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비록 비효율적인 방식일지라도 일단 해보는 것. 의사결정자들의 생각대로 YES를 외친 후 그냥 해보는 것. 유연성을 발휘해서 일단 해나가면서 발전시키는 것. 모호함과 불확실함 속에서도 일단 시작하는 것. 변수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 커피챗 먼저 신청하며 자아를 내려놓고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소수의 동료들을 만들 것. 과제가 두루뭉술하면 이걸 각 파트별로 나누어 과업을 작게 쪼개고, 진척사항을 가시적으로 알게 할 것. 상사의 피드백을 노트에 자세히 적고 이러이러하게 당신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했다라고 친절하고 상세하게 보고할 것. 스스로에게 100%의 과도한 푸시를 하지 말 것. 타인을 대하듯 다정할 것. 순간적으로 화가 날지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타인에게 표시 내지 말 것.




체계가 잡힌 대기업에서 일을 할 때는 모든 프로세스와 업무가 잘게 쪼개어져 할당되기 때문에 모호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좁고 깊게 제한된다. 그에 반해 체계가 상대적으로 덜 잡힌 테크 스타트업의 경우 일당백의 역할을 해내야 할 경우가 많으며, Bottom-up 방식으로 일단 해나가면서 발전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일들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하여 공유하는 문화도 미흡하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이 있을 경우 발품을 팔아가며 여러 사람에게 일일이 물어봐야 하기도 한다. 이런 혼돈이 있지만 덕분에 다양한 과제를 직접 책임감을 갖고 해 볼 수가 있고, 역량이 빠르게 늘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로컬 스타트업에 근무하다가 다국적 대기업으로 거처를 옮긴 석사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나 근황을 교환했다. 그녀는 불어가 능통한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찐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스몰톡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인터내셔널 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지금 혼자 외국인으로서 프랑스어로 100% 로컬 환경에서 일을 하는 내가 대단하다고 격려를 해주는데 눈물이 날 뻔했다.




현재의 내 수준에서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이 회사가 제격이기는 하다. 불어와 실질적인 테크 스킬을 획기적으로 늘리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니, 스트레스를 받지만 사실 감사한 거다. 긍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고군분투이기 좋은 방향으로 해석을 해나가야지.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그렇다, 지금의 스트레스를 견디고 나를 한차례 더 넘어서면, 또 다른 세계로 도약할 수 있다. 그렇다, 확장하는 중이다.



이 모든 도전들에 감사합니다. 100번째 계단에 가기 위해 지금 60번째 계단에 있다. 때로는 벅차고 스스로를 가두고 싶고 회피하고 싶지만, 정면승부를 택하고 하루하루 정진하는 스스로가 참 자랑스럽고 대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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