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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Feb 27. 2024

또 하나의 임계점을 넘다

나의 첫 프랑스 스타트업


2024.01.20


이번주, 처음으로 불어 발표를 했다. 1월 내내 혼자 준비했던 발표를 준비할 때까지는 심장이 쫄깃쫄깃했는데 막상 발표를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무엇보다 CTO 님께서 Merci S, très intéressant!이라고 칭찬도 해주셔서 뿌듯했다! 현재 회사의 RTB (Real-Time Bidding) 알고리즘 첫 번째 파트인 예산 Pacing 알고리즘 파트를 최신 논문들을 읽고 현재 우리의 아키텍처 및 비즈니스 모델에 맞게 적용하여 온라인 테스트를 하기 위한 제안을 요약하고, 파이썬 Skeleton 패키지를 만드는 것, 이 모든 과정을 다른 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가독성 좋게 10장 남짓의 슬라이드로 만들어서 발표하는 것까지 주도적으로 다 해냈다.




A한테 참 고맙다. 아예 내가 주도해서 발표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질의응답 때 좀 어버버 하면 보충 설명으로 지원도 해주고, 끝나고 단체 슬랙 채널에 발표했던 자료를 S가 했다고 명시하면서 올려주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이런 까다롭고 중요한 주제를 해보라고 맡겨주고, 중간중간 모르겠는 부분이 있으면 명석한 두뇌로 시원하게 의견을 제시해 주는데, 듣다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비록 외골수 박사님의 면모가 강하긴 하지만, 굉장히 스마트한 사람과 복잡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 매 몰입의 순간이 즐겁다. 이역만리 프랑스 땅에서 지금까지 배웠던 전공들을 모두 활용하며 유로화를 벌 수 있는 현재도 감사하다. 




회사에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고, 빨간 사과를 먹고, 복잡 복잡한 논문들을 읽고, 프랑스인 동료들에게 어설픈 불어로 용기 내서 굉장히 기술적인 것들을 물어보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고, 같이 매콤한 마파두부덮밥을 픽업해서 오피스에서 함께 먹으면서 스몰톡을 나누고, 코드 리뷰를 하고, 실질적으로 코드를 짜며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직접 기여하는 일상이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사실 프랑스어뿐만 아니라 코딩 능력 또한 현재로서는 다른 동료들보다 많이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받고, 수습기간을 통과하지 못할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5개월 전 과거의 나 자신에 비하면 언어와 코딩, 협업 능력 모든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냈고 이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자신감, 자존감이 더 두터워지지 않을까 싶다.







돌이켜보니 지난 5개월 동안 커리어적으로 큰 변화를 겪어왔던 거였다. (1) 영어 100%에서 불어 100%로 업무 언어 바뀜, (2) 리서치 데이터 과학자에서 production에 직접 관여하는 데이터 엔지니어 및 사이언티스트로 기술적 레벨도 상승, (3) 규모 있는 IT 회사들에서 150여 명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일하는 방식 바뀜.




자발적으로 선택한 어려움인데, 또 하나의 임계점을 넘어섰을 때 느끼는 쾌락 또한 상당하다. 처음에는 읽어도 도통 뭔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 논문이 이해가 될 때, 처음 불어로 엔지니어분들 앞에서 발표를 무사히 마쳤을 때, 풀리지 않던 코드가 잘 돌아갈 때, 기존의 벽을 넘어설 때, 이런 순간들이 모여 나아갈 동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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