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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 Feb 27. 2024

똑똑한 외골수 팀장님과 일하기

나의 첫 프랑스 스타트업


현재 업무를 하면서 은근 스트레스를 받는다. A는 공학적으로 굉장히 똑똑하고 배울 점도 많지만, 꽂힌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외골수적인 성향이 되게 강하다. 한 가지에 꽂히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귀담아듣지 않는다. 비슷한 성향인 나는 다른 의사결정자들의 의견을 중간중간에 묻고, 피드백을 업무에 지속적으로 포함시키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해 왔다.




1월 내내 A가 보내준 주요 논문들 다 읽고, 중간중간 요약 보고하고, CTO, 백엔드팀 엔지니어분들, 데이터팀 멤버들한테 발품 팔아가며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정보 취합해서 실험 설계까지 구체적으로 하고, 발표까지 디테일하게 했는데, 막상 본인이 꽂힌 굉장히 이론적인 방식을 지금에서야 갑자기 얘기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했던 것들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는 느낌을 받아서 힘이 빠졌다. 심지어 CTO가 'xx 방식은 과정에 꼭 집어넣어야 한다'라고 대놓고 단체 회의에서 말했었는데, 자신은 CTO의 의견에 썩 동의하지 않는다고 나한테 지난주에 말했어서 난감했다. 중간에 끼인 새우가 되어버렸다.






설사 완벽하지 않고 경미한 흠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 한 단계를 매듭짓고 결과를 도출한 후 그걸 기반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될 것 같은데. 기껏 혼자 고생고생해서 인터뷰, 현 상황 파악, 데이터 수집, 논문들 리뷰, 실험 설계, 깃헙에 코드까지 거의 다 짜놓으니까 자꾸 국소적인 부분에 꽂혀서 수정에 수정을 하려고 하니 당황스럽다. 문제는 이렇게 고립된 상태에서 A 말고는 이 업무를 잘 아는 사람도, 나와 협업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는 거다.




오늘 1대 1 미팅 때는 최대한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어투로 '조언대로 이렇게 저렇게 수정하고 피드백을 반영했다'를 거듭 강조하며 CTO의 의견 또한 이러저러한 연유로 (보내줬던 논문과 같은 맥락이었다) 부분 반영하겠다 라고 보고했다. 직속 상사인 A의 의견대로 진행하되, 공개적으로 내게 요구사항을 명시한 CTO의 의견 또한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은 다른 팀 시니어 엔지니어분들과의 긴밀한 협업, 의사소통이 관건인데 중간에서 혼자 고립되어 발품 팔아가며 이것저것 해내야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불완전하더라도 할 수 있을 만큼 해본다. 이 일은 책임감 있게 다음 주 월요일까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과 도출하고, 그 이상의 역학 관계나 개발의 개입은 현재로서는 역량 밖인 듯싶다.




모든 건 관점의 차이다. 통제 90인 상황에서 우선은 직속 상사가 내게 주문한 것들을 하나하나 다 적은 다음, 이렇게 네 피드백을 반영했다라고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A에게 습득할 기술들에 집중해 보자. 그리고 매사 너무 진지할 필요는 없다. 그냥 웃어! 웃으면 더 좋잖아!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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