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 Feb 25. 2024

생각 빼기 연습

해외생활 멘탈관리



<생각 빼기의 기술>을 읽었다. 김주환 교수의 <회복탄력성>과 유사한 정보가 많아서 흥미로웠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는 충동성 및 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전전두엽을 활성화하고 편도체를 억제하려면 1) 몸을 움직이고 (몸과 정신은 연결되어 있다), 2) 뇌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감사), 3) 명상을 해라.



여러 심리, 뇌과학 관련 책들을 읽으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 - 생각을 줄이고 행동력을 높일수록 행복하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각에 파묻혀 살던 사람으로서, 행동의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버거워하던 순간들이 많았다. 가장 소중했던 경험들은 뜻밖의 순간에 찾아왔기에, 한번 생각을 빼고 JUST DO IT 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보려 한다.




호기심이 동력이 되기




목표 지향적으로 사는 사람의 주된 동력이 결핍을 채우기 위함일 경우 과기능 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즉, 하나의 목표를 성취하면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계속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것이다. 앞을 향해 걸어가는 주된 동력이 순수한 호기심이 된다면, 버거운 숙제가 아니라 놀이처럼 느껴진다면, 그 과정 자체가 성공이 아닐까.



이번주는 지난 주말에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Udacity Data Engineering 파트를 끝냈다. 혼란스러우면서도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나는 컴퓨터를 싫어하고 못해라는 자아상을 굳게 갖고 있었는데, 막상 프랑스에서 일을 해보니까 꼼꼼하고 논리적인 사고 및 진득함을 요구하는 측면이 꽤나 잘 맞았다. 또한 혼자 엔지니어링 팀 깃헙 코드를 자발적으로 공부도 하고, 다른 동료들이 짜놓은 코드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잘했다. 30대가 되어 뒤늦게 외면하고 있던 또 다른 잠재력을 발견하는 과정이 기존의 자아상과 인지 부조화를 이루는 게 혼란스러우면서도 퍽 재밌다. 자기기만일까, 좀 더 호기심을 갖고 탐구해 봐야겠다.




적성을 찾는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적성은 나한테 오는 거예요. 수많은 변수를 겪으면서 나에게 딱 맞는 것이 왔을 때 알아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자신이 꽤나 좋아하는 일을 30대 중반까지만 찾아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맞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할 때 오래 머무느냐를 보면 알 수 있어요. 결과가 안 나와도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그게 좋다는 뜻이에요. 그러면서 유난히 까다로워지는 지점이 있어요. 이것이 상당히 중요한 적성의 시그널이에요. - 김경일 교수




그럴 수도 있지


프랑스에 와서 천차만별의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부대끼며 공부하고, 일하고, 끊임없이 교류하며 반드시 ~해야만 해라는 당위적 사고가 많이 깨졌다.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일 뿐 - 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것이 없음을. 현대인의 왜곡된 믿음 중 대표적인 것이 이러한 당위적 사고라고 한다. '나는 반드시 이걸 해야 해',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돼',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살아야 해', '연애와 결혼 생활은 이러해야 해' 등등. 80% 정도는 주관을 갖고 강단 있게 살아가되 20% 정도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유연하게 살아가는 태도가 행복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 같다. 떠오르는 생각을 전부 다 믿지는 말고, 훗날 후회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 후에 삶이 이끄는 방향대로 몸을 내맡기는 것이다.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세상이 이렇게 했어야 했다는 생각은 늘 저를 작고 어리석고 외롭게 만듭니다. 저는 여러분이 손을 조금 덜 세게 쥐고 더 활짝 편 상태로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조금 덜 통제하고 더 신뢰하길 바랍니다. 뭐든 다 알아야 한다는 압박을 조금 덜 느끼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167p





몸을 움직이기



헬스에 3번 가서 땀을 흘리며 누적 20km를 달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해 질 녘 밖에 나가서 주변 풍경, 예쁜 하늘을 바라보며 터벅터벅 산책을 했다. 몸과 마음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몸을 움직이면 뇌가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번 입증이 되었다. 생각의 실타래가 얽혀 있을 때는 잠시 노트북을 덮고 밖에 나가서 걷다 보면 생각 정리가 되더라. 헬스에서 땀을 흘리고 집에 와서 다시 공부를 하면 두뇌가 개운하게 리셋된 기분이 든다. 건강하게 지속가능한 몰입을 위해서도 그렇고 - 여러모로 고마운 달리기.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최소 조건은 일주일에 세 번씩 30분 이상, 최대 심박수의 60~80% 정도의 세기로 8주 이상 운동하는 것이다. 적어도 이렇게 두 달가량 해야 긍정적 정서 향상에 도움이 되기 시작한다. 뇌에 시냅스 연결을 위한 단백질 합성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 291p





실패할 용기

프랑스에 와서 얻게 된 가장 큰 수확 - 실패할 용기, 거절당할 용기. 인턴십, 정규직을 구하기 위해 수십 군데 면접을 봤었다.  불어가 지금보다 훨씬 모자랐던 때 무모하게 봤던 불어 면접 - 대화 자체가 안되어서 5분 만에 zoom 창을 닫아야 했던 순간들, 코딩 테스트에서 떨어졌던 순간들, 각종 케이스 스터디에서 비즈니스 니즈를 못 읽고 동문서답해서 탈락했던 순간들, 4차 면접까지 통과하고도 회사 측 사정으로 합격이 번복되었던 순간,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 본사에서 3차 면접을 보는 데 너무 긴장한 탓에 머리가 하얘졌을 때의 당혹감과 실망감... 그 당시에는 매우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돌이켜보니 창피한 순간들이 조금씩 모여서 유리멘탈러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줬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준비가 되면 해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바로, 즉시 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잘해야지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뭐든 저질러보는 것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생각 빼기의 기술> 85p





감사하기



해 질 녘 카페에서 나와 뒤돌아보는데 노을이 환상적이었다. 그 순간 마법처럼 가로등 빛도 켜져서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순간을 음미했다. 말없이 행복했다. 지금, 여기의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모닝커피의 두근거림, 몰입하는 순간의 즐거움, 학생들과의 수업, 구어체 프랑스어가 더 잘 들릴 때의 뿌듯함,  새로운 데이터 엔지니어링 개념을 알아갈 때의 즐거움, 글을 쓰는 즐거움, 따뜻한 물에 샤워할 때의 이완감, 의사소통의 즐거움, 시원하게 수영할 때의 상쾌함, 나와의 소소한 약속을 지켰을 때의 뿌듯함, 스스로와 잘 지내는 편안함,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하는 즐거움, 책을 읽으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문장을 만날 때의 벅참, 고운 빛깔의 노을을 바라보는 뭉클함, 온전히 내 깜냥의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냈다는 뿌듯함,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NFT Paris 2024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