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N (생각이 많음)과 파워 J (계획적임, 완고함)를 동시에 갖고 있는데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을 경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생각이 많은데 자신만의 신념이나 계획이 뚜렷하고 성실하다면 학교 시험은 매우 잘 볼 수 있다. 변수가 거의 없는 학교라는 통제된 상황에서 해야 할 공부들이 반복적으로 정해져 있고 시험 형식도 고정되어 있으며 분명한 데드라인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현실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더욱이 해외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이러한 완고함은 그리 유용한 친구가 아니다.
30년이 조금 넘도록 파워 J의 성실한 모범생으로 살아왔다.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게 중장기 및 하루 플랜을 세우고, 습관들을 체득하기 위해 루틴을 만들고 긍정적인 확언들도 하고 시각화도 하고. 이런 완고함과 철두철미함을이제는 살짝쿵떠나보내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가치관 및 삶의 태도가 정해진 틀 안에서 쓸모가 있었고 유용하게 작동했다. 그러나 새로 처한 환경은 내가 모르는 게임의 룰들이 많고 이러한 상황에서 더 요구되는 자세는 완고함보다는 유연함, 계획보다는 적응력, 진지함보다는 가벼운유머인 것 같다. 예전에는 폭풍우에도 부러지지 않고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가 강한 줄 알았다. 그런데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진짜 강한 건- 바람이 세게 몰아치면 흐름에 맞춰 흔들릴 줄도 아는 강가의 버드나무일지도 모른다.
지치지 않는 사람들은 초인 같은 의지나 정신력을 다해 수련한 사람들이 아니다. 잘 먹고, 잘 자고, 틈틈이 놀러 다니면서 가끔은 늦잠도 자는 현실적인 사람들이다. 최선을 다해 살지만, 늘 최선을 다하지는 못하는 허술한 사람들이 잘 산다.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마음 지구력> 104p
인턴십을 구할 때 한 친구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친구는 참 잘 산다(주관적인 시각에서!).
"시간이 지나면 이 구직 활동은 끝날 거야.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야. 인터뷰를 보면서 모든 수업을 완벽하게 따라갈 수는 없어. 지금 미흡하게 따라갔던 수업이 있다고 해서 내가 그 분야에 소질이 없다는 건 아냐.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그 수업을 다시 들으면 충분히 잘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는 비록 지금 당장은 일이 안 풀릴지라도 내 인생을 낙관적으로 봐. 사실 크게 내 인생에 관심이 없어."
계획, 완성도를 기하는 철두철미한 자세도 좋다. 그렇지만,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일단 지원해 보고, 지원하다가 힘이 들면 잠깐 근처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앞이 막힌 것 같으면 옆길로도 가보고, 미라클 모닝 하다가 지치면 늦잠이나 낮잠도 자보고, 가끔 농땡이도 치고, 종종 투덜거리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도 좋잖아. 텅 빈 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외부의 큰 충격이 가해졌을 때 부러지는 대신 흔들거리며 춤을 출 수 있겠지. 브런치 글도, 구직도, 인간관계도 좀 미흡해도 돼.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 지나치게 진지하고 비장한 태도야, 우리 이제는 조금 멀어지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