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by 정수희

거울 속의 나..

거울 속에 나는 없다.

고개를 들고 보니 낯선 이가 들어앉아있다.

세월을 무심히 흘려보낸 왜소한 여인만 있을 뿐이다.

부석부석한 머리카락.

얼룩얼룩해진 피부..

빛바랜 입술.

피곤한 듯 무심한 표정

거울 속에는

내가 아는 소녀가 없다.

내가 없다.

거울 안을 다시 본다.

그 안에 나는 없다.

거울 속엔

쾌활 명량한 웃음기 가득한 소녀도

다음날을 기대하며 꿈을 꾸는 소녀도

동분서주 바쁜 나날의 그녀도 없다.

거울 속..

내가 알던 그 소녀는

어디로 바삐 갔을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려나

그 소녀를 찾고 있다.

그리 오늘도 내가 알던 소녀를 기다린다.

거울 속 그 왜소한 여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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