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계단

by 정수희

인생계단


운동 겸 아파트 계단을 오른다.
대체로 그날 컨디션이 좋거나 몸이 가볍다 느껴지는 날이면 길고 가파른 계단이 비교적 쉽게 느껴진다.

무기력하거나 쓴 하루를 보낸 날은
계단 한 칸 오르는 것이 정말 곤혹이다.

처음엔 하나. 둘. 세엣....
시작부터 계단수를 세며 허리를 꼿꼿이 세워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날 지나니 목표지점을 가기 위한 걷기를 하고 있다. 양쪽 귀에 무슨 이야기가 흘려 나오는지 어떤 노랫소린지 모르는 채 이어폰을 꽂고 멍하니 앞만 보고 걷는다.

이젠 익숙해져 처음 1, 20분 정도는 힘들지도 않다.
그 뒤론 조금씩 숨을 헐떡이며 머릿속으로 오늘 하루를 미루고픈 핑곗거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포기하고 다시 멍하니 걷는다.

인생도 그런가
알록달록 계단을 오르며
한 계단만 더 오르자, 오르자 한다.
발은 내딛지만 포기하고 싶은 욕망이
배 아래서부터 끓어오르고
아직 건강과 무관해 보이는 이 행위가 의미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끝날 거 같지 않은 계단을 오르며 성실히 또 묵묵히 걸어내는 스스로를 보니 우리네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싫음에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주리라는 믿음을 갖으며 반복된 일상을 살아내는 우리네 인생과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삶이 중독성이 있어 자꾸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 오늘 또 계단을 오르고 걷는다.
다만, 이왕이면 계단색이 알록달록이었으면

이왕이면 주변에 아름다운 나무와 새들 소리가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할 뿐이다.
계단 끝 쉼을 기대하며 인생을 걸을 뿐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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