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냄새

by 정수희

가을.. 그리고 계절냄새

마음의 가라앉히는 냄새가 있다.
생각을 내려놓게 하는 냄새가 있다.

이른 아침이나 새벽, 혹은 초저녁이나 늦은 밤에 바람을 타고 코끝을 기분 좋게 하는 냄새가 바로 그것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자주 맡던 이 냄새가
일 년에 한두 번 느낄 수 있는 향수가 돼버렸다.
먼저는
여유롭게 감성에 젖어
누릴 수 없는 분주한 삶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뚜벅이에서 자차를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떨 때는
편리함과 신속함이
삶을 메마르게 하고 감성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인생'과 '혼자'라는 씨름을 하기에
내 양손은 너무나 무겁다.
손과 고개만 들면 어디에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게 만든 기기들.
이것들이
나 자신을 바로 볼 수 없게 하니말이다.
나를 볼 수 없으니 타인을 향한
이해나 공감도 부족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미 신이 준 선물은 그대로다.
차가운 아파트 빌딩숲에도
해는 뜨고 바람은 불고
계절은 돌아온다.

그리고 그 계절냄새도 여전히 존재한다.
편리와 편안함의 패턴 속에
나만 다르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 저녁엔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벗 삼아
가을냄새 맡으며 산책을 해야 할 듯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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