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푯대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아주.. 멀리 왔는데..
방향을 잃어버리고 속도만 내고 있었다.
분명 시작할 때는 선명한 목표지점과 곳곳에 이정표가 보였는데...
속도를 내고 한참 달리다 보니 희미하다 못해 다 사라졌다.
어쩌지...
멈추기에 아쉬운 마음이 들고
이왕 온 거 이대로 갈까...
아님 돌아갈까..
목표지점이 다르고 목적이 상실된 때에
내 마음도, 의지도 티끌처럼 소멸되기 직전이다.
잠잠히 기다려보자.
그리고 내 안을 들여다보자..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돌아갈 용기도, 앞서나갈 용기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듯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한다.
돌아가고 싶으면
'괜찮아! 돌아가도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고
이대로 가고 싶다면
길 한 귀퉁이 그늘진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일어서서 걸으면 된다.
희미해진 푯대가 다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도 나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라 승화시킬 수 있다.
목적이 이끄는 삶보다
어떤 상태로 존재하느냐가 더 귀하기에
혹,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 내가 가려던 길이 아닐지라도
그 길을 걷는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이 가함을 기억하자
그러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