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 내 한옥카페 '행원'

어긋난 곳에서 찰떡같은 궁합으로 만나지는 것들

by feel

때론 잘 못 들어선 길이 더 아름다울 때도 있다.



완주 교육을 와서 기억에도 없는 국민학교 때나 경험을 했을 하교시간을 갖게 되었다. 수업이 끝나도 오후 네시반이다. 중학교 이후 내 인생에서 네시반쯤에 집에 가도 좋다고 허락된 시간이 있었을까? 고등학교 때는 야자(야한 자기 아님)가 발목을 잡았고 직장에 들어와서는 초과근무수당과 밀린 업무가 발목을 잡았다.


40년 만에 가져보는 환한 대낮의 퇴근이라니!!!!


너무 좋은 걸 갑자기 받으면 “어쩌쩌~”하다가 아무것도 못한다 하더니 내가 그 꼴이다. 늘 늘 해진 오후시간을 “어쩌지 어쩌지”하다가 담주를 끝으로 다시 그 잔무와 초과근무수당이 버글거리는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돌아간다고 해도 그곳은 떠나오기 전의 그곳이 아닐 것이다. 잔무 한다 앉아 있으면 직원들한테 눈치 받고, 초과수당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곳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그곳은 공룡이 살아있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미지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모르지 내가 공룡일지, 남아있는 그들이 공룡일지는......


암튼 이 많은 방과 후 일정은 나를 살찌우고, 위와 간은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행군의 여정에서 전주한옥 마을 내 “행원”이란 찻집을 만났다.


수업이 네시반에 마치니 교실문을 나서도 해는 중천이고, 2025년 유난한 7월의 온도는 여전히 34~5도를 넘나 든다. 저녁계획을 세우던 우리 패들은 저녁 전 한 군데 정도 둘러보자고 했고, 검색창에 넣어 걸린 곳이 경리단길이다. 해는 중천에서 내려갈 생각이 없는 7월 오후. 그 장소는 딱 열 발자국까지만 허락된 곳이었고, 살기 위해 서둘러 차를 타고 찾아간 곳이 한옥카페 “행원”이다.


햇살에 이미 장렬하게 패를 당해서인지 시원한 한옥바닥과 에어컨 밑에서 바라만 보는 살짝 젖은(비가 지난 간 후) 중정의 나무들은 가히 최고의 피서처였다. 눈은 이미 맛있고 입만 즐거워 주면 금상첨화라.....


이 집 매력 있었다.


40대 중반의 소나무 껍질같이 생긴 사장님께서 내 온 흑임자 라테와 그 위에 맛깔나게 구워 올린 가래떡에 반해있던 차에 또다시 쌍화차가 나왔다. 계란 노른자만 동동 띄웠다면 그 자리에서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도’ 한 가락 뽑아야 했을 것이다. 뜨거운 돌 잔에 담겨 나온 쌍화차는 마지막 한 술까지 따뜻하고 진하다는 후기로 먹는 이는 극찬했다. 음~나는 쌍화차에 더 많이 딸려 나온 구운 가래떡에 더 감동했다만.....


암튼 그날의 행원은 우리가 처음 그곳으로 가려했던 것처럼 찰떡이었고. 사장님의 소개로 시장통 내 조점례순대국밥집으로, 한옥마을 스트리트투어까지 야무지게 방과 후 수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또 결심한다.


‘까이꺼 좀 어긋나면 어때. 거기서 또 시작하면 되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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