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무난 그 자체였다. 굴곡도 없고 그렇다고 기적도 없는 평범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없었고 남들에게 책 잡힐 것 없고 무시당할 일 없는 삶. 하지만 그 평범함이 지루함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젊은 날의 치기였다. 좀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계획은 없었다. 단지 지금에 대한 불만만 가득했다. 이렇게 재미없게 사무실에서 시간만 죽이다가 나이만 먹는 내 인생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직하고, 또 일하고, 나는 언제 놀아보나. 그러다 문득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호기롭게 사표를 내던졌다.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의 삶과 울타리 밖에서의 삶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가장 큰 차이점은 1년 동안 음식점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이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사람보다 10배, 아니 100배는 더 많다는 거다. 학생 신분이었을 때는 내 또래나 선생님이 다였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회사 동료, 혹은 비슷한 업계에 일하는 거래처 사람들이 다였다. 하지만 식당에서 일하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나이로 따지면 1살에서 80세까지, 직업으로 따지면 수녀님부터 연예인까지 살면서 만날 것 같지 않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우물 안에서만 살던 개구리가 갑자기 바다로 공간이동을 한 셈이었다. 처음엔 신기했고, 그래서 의욕에 차올랐지만 우물과 바다는 완전히 다름에 당황하고 실망도 했으며, 작은 시련도 겪었다. 다시 우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미 우물가는 버스 노선은 없어진 지 오래다.
문제는 목표의 유무였다. 열심히 달리긴 했는데 결승점이 없는 무한대 달리기였다. 뭣도 모르고 남들이 뛰니 같이 뛰긴 했는데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맞는 길인지 확인해 본 적도 없고 남들 다 뛰니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결승전이 있는 건지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대책 없이 그냥 멈춰버렸다. 그렇게 멈춘 지 1년째, 지금 뭔가를 준비하고 있냐는 물음엔 답할 수 없다. 그런 건 없기 때문이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았고, 아직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지금 나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그래, 내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어. 난 너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았어. 이런 경험도 필요해’ 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