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일한 지 6개월쯤 지났을 때의 일이다.
여전히 늦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9월 즈음 한 여성이 가게로 들어왔다.
“새우초밥 하나, 참치초밥 하나 포장해 주세요.”
“네.”
“참치초밥 나왔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사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 여성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다. 한 시간 후 그분이 다시 가게에 방문했을 때도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한 시간 후 상기된 얼굴로 그 여성이 다시 찾아왔다.
“아니~~ 이것 좀 봐요,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준거예요?”
“무슨 일이신데…”
“아니, 애들 줄려고 싸가지고 갔는데, 애들 먹을걸 이렇게 주면 어쩌자는 거예요? 내가 먹을 것도 아니고, 애들이 먹은 거라고요!!”
울먹이는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고, 나는 덜컥 겁이 났다.
그분이 건네준 봉지에는 초밥 한 상자가 있었고, 거기에는 새우초밥 두조각과 참치초밥 다섯조각이 있었다.
(참고로, 초밥 한 세트에 초밥 10개가 들어있다.)
“이거 봐요, 이거, 이거 시뻘겋게 돼가지고, 이걸 어떻게 먹으라고 주는 거예요? 애들이 먹다가 못 먹겠다잖아요. 초밥에서 피 맛이 난대~~ 피맛이!! 어쩔 거예요, 이거??”
그분이 격노한 부분은 참치초밥이었다. 참치초밥의 밥이 빨간 수분에 젖어있었고 초밥상자 바닥에 빨간 물 자국이 선명했다.
참치는 속살이 빨갛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핏빛’의 속살을 가진 물고기이다. 그래서 그 빨간색이 선명하면 선명할수록 신선하다고 말을 하고, 식욕을 자극한다고 한다.
초밥은 밥 위에 생선을 올려놓은 모양이어서 올려놓은 그 순간부터 생선의 육즙이나 기름기가 아래쪽에 있는 밥에 스며든다.
참치초밥을 만들 때 생선을 빠른 시간 내에 해동을 하게 되면 수분을 뺄 충분한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그 상태로 초밥을 만들게 되면 밥이 그 수분을 금방 흡수한다. 하지만 해동을 잘했다 해도 참치의 빨간 수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배어 나온다.
손님은 그 빨간 수분, 즉 육즙을 보고 기겁을 한 것이다.
자신보다 어린 여자에게는 말해 봤자 헛수고라 생각이 들었는지, 주방 실장님에게 직접 따지기 시작했다.
“애들이 먹고 나선 피맛이 난다잖아! 이런 걸 어떻게 먹으라고 주는 거야? 애들이라고 애들!! 탈 나면 책임질 거야? 어? 책임질 거냐고!!”
실장님은 차분하게 참치의 속성에 대해 설명했지만, 들을 리 만무했다.
결국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을 달라고, 다 보상해 드리겠다고, 죄송하다며 여자분을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식당에서 일해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많은 손님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화가 난 손님은 처음이었다. 다른 손님이 왔다가 이 상황을 보고 당황할까 봐 걱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이 손님이 너무 무서웠다.
살면서 나에게 이렇게 화를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선생님, 직장 상사... 내 인생의 모든 사람을 통틀어봐도 나에게 이렇게 많은 분노를 보여준 사람은 이 여자가 처음이다.
“아니, 동네 장사하면서,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안 되지, 진짜~~ 이런 걸 어떻게 먹으라고, 참내~”“ 죄송합니다, 손님. 카드 주시면 반품처리 해드릴게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