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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한 번의 실패는 그냥 국룰

by 김모음




8년 전이었던가.

답답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 하루에 두 세편씩 글을 썼던 적이 있었다. 자전적 소설의 형태를 띤 글이었는데 ‘에잇, 일단 한 번 해 보지 뭐.’ 하며 호기롭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었다.


나름 자신이 있었나 보다. 혹시나 했지만 그래도 될 것이란 기대를 하며 축하 메일을 기다렸지만 ‘아쉽지만 저희가....’ 하는 메일을 받았다. 그땐 뭘 해도 다 안됬을 시절이라 ‘브런치 너마저..’ 하며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 그 이후로는 나의 진가(?)를 알아봐 주지 않은 브런치를 쳐다도 안 보겠다며 멀리하며 살았다.


그 이후 몇 년간 글을 쓰지 않다가 2년 전부터 오로지 ‘기록’을 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내팽개쳤던 브런치를 다시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에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있었고 ‘다시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난 한번 상처받으면 다시는 그쪽은 쳐다보지도, 시도해보지도 않는 꼴통이다. ‘흥, 저기는 날 버렸어. 내가 갈 곳이 아니라고.’ 하며 삐짐 모드로 애써 외면했다. 그렇게 지내오다가 며칠 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지만 브런치와 비슷한 글쓰기 플랫폼이 어떤 게 있는지 검색했다. 대부분 웹소설 플랫폼이었고 나 같이 소소한 글쓰기를 올리는 플랫폼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해보기로 했다. 나로선 과감한 시도인 거다. 혼자서 일기처럼 끄적이던 글들을 불러내서 이상한 내용은 없는지 검토하고 맞춤법을 확인한 뒤 브런치 작가 신청서를 냈다.


‘이번에 안되면 브런치는 진짜 끝이다.’


주말을 포함해서 4일간 메일함을 보지 않았다. 거기에 매달려 있는 내 모습도 꼴 보기 싫어서 일부러 찾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처음 보는 메일이 첫 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 진짜? 된 거야?


나도. 할 수. 있구나.

이제.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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