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취기, 깊어진 사랑

by 은기

중간고사가 끝난 해방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지수는 설아, 연주와 함께 학교 앞 단골 술집에 자리를 잡았다. 시험 준비로 한동안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못했던 터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술이 유독 달고 맛있게 느껴졌다. 얼음처럼 차가운 소주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에 상쾌하게 울렸다.

"지수야, 너 요즘 현우 선배랑 제대로더라. 캠퍼스에서 아주 그냥… 깨가 쏟아져!” 연주가 지수의 어깨를 흔들며 장난스럽게 놀렸다.

설아도 눈을 빛내며 거들었다. "맞아, 맞아! 현우 선배 완전 스윗하던데? 지나가다 몇 번 봤는데, 너 쳐다보는 눈에서 꿀 떨어지더라니깐.”

친구들은 캠퍼스에서 목격한 현우의 거침없고 다정한 애정 표현에 놀라워하면서도, 그 옆에서 눈부시게 환해진 지수의 얼굴을 보며 감출 수 없는 흐뭇함을 느꼈다.

"야, 너 현우 선배한테 너무 빠진 거 아니야? 이제 우리랑 놀 시간은 없는 거냐?”

연주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아주 그냥 얼굴에 ‘나 행복해요' 라고 쓰여 있네! 얼굴이 활짝 폈어요, 폈어! 지수야, 현우 선배는 어때? 현우 선배 자랑 좀 실컷 해봐!” 설아도 신이 나서 재촉했다.

지수는 친구들의 성화에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현우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하는 소소한 일상, 지칠 때 슬쩍 건네는 쪽지와 귀여운 그림, 예상치 못한 순간 불쑥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갑작스러운 포옹이나 입맞춤 같은 다정한 행동들.

그녀는 그 모든 순간을 이야기하면서 얼굴은 햇살처럼 환해졌고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행복과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현우 오빠는…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그냥 든든하고… 아무리 바빠도 꼭 연락해 주고, 내가 힘든 거 있으면 바로 알아차려 줘. 같이 있으면… 그냥 마음이 너무 떨리고 좋아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지수는 붉어진 얼굴로 진심을 담아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오오! 이 정도면 완전 현우 선배한테 푹 빠진 거네!”

연주가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진짜? 그렇게 티 나?” 지수는 쑥스러움에 괜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당연하지! 네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온다니까! 현우 선배 진짜 괜찮은 사람인가 보다. 우리 지수 저렇게 행복해하는 거… 태준이랑 헤어지고 이렇게 환하게 웃는 거 진짜 오랜만에 본다.” 설아도 진심으로 기뻐하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응… 현우 선배는…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정말… 많이 좋아해.”

지수는 친구들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현우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솔직하게 표현했다.

과거의 아픔 때문에 ‘믿는다' 는 말이 조심스러웠지만, 현우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희망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시간이 흐르고 술자리는 점점 무르익었다. 중간고사의 압박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즐거움 덕분에, 지수는 평소 자신의 주량을 훌쩍 넘어섰다.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기 시작했다.

"야… 나… 천장이… 두 개… 어지러워…” 지수는 테이블에 팔을 괴고 웅얼거렸다.

시야가 빙글빙글 돌고 속이 울렁였다.

"최지수! 야, 너 진짜 많이 취했다! 정신 차려봐!”

연주가 지수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어떡해! 집 데려다줄까?” 설아가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야… 오빠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

사실 현우는 건축 동아리 방에서 설계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지수가 친구들과 술 마신다고 했을 때, 그는 "지수야! 끝나고 꼭 연락해. 데리러 갈게. 동아리방에서 밤새 작업할 거니깐.”이라고 다정하게 당부했었다.

술자리가 파하고 친구들과 헤어진 지수는 술집 앞에서 비틀거렸다. 설아와 연주가 부축하려 했지만, 지수는 괜찮다며 비틀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에 닿자 잠시 정신이 드는 것 같기도 했지만, 몸은 이미 술기운에 지배당해 제멋대로 휘청거렸다.

그때, 술집 앞 가로등 불빛 아래서 누군가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왔다. 현우였다.

지수에게서 온 ‘끝났어…' 라는 짧고 두서없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녀의 상태를 짐작하고는 밤샘 작업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한달음에 달려온 참이었다.

"지수야! 괜찮아?” 현우는 만취해 휘청거리는 지수의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눈빛에는 안쓰러움과 다급함이 뒤섞여 있었다.

"현우 오빠다…! 오빠아… 나아… 안아줘…어…!” 지수는 흐릿하게 초점 잃은 눈으로 현우를 올려다보며 어린아이처럼 헤실헤실 웃었다. 그의 얼굴을 발견하자마자 술기운 속에서도 반가움과 응석 부리고 싶은 마음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이렇게 될 때까지 마셨어?” 현우는 혀를 차며 지수의 어깨를 단단히 부축했다. 그의 단단하고 따뜻한 팔에 기대자 그제야 지수는 간신히 몸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현우의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지수는 현우에게 완전히 몸을 맡기고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지수는 오빠를… 사랑해…애… 오빠도… 지수…사랑…해?”

술기운에 용감해진 마음이 숨겨왔던 가장 깊은 곳의 진심을 끄집어냈다.

현우는 술에 취해 평소와 달리 서슴없이 애정을 표현하는 지수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그의 마음은 지수를 향한 애정으로 가득 차올랐다.

‘아… 진짜… 술 취한 모습까지 이렇게 사랑스러우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그는 속으로 신음하며 지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눈빛은 사랑스러움과 함께 억누르지 못한 깊은 열망으로 흔들렸다.

현우는 서둘러 택시를 호출했다. 지수를 조심스럽게 부축해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고는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그의 품에 안기자마자 지수는 긴장이 풀렸는지 이내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현우는 잠든 지수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평소의 단정하고 똑 부러지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지수를 향한 애정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이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네 옆을 지키고 반드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지수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들을 향해 다시 한번 조용히 다짐했다.


지수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현우는 잠든 그녀를 조심스럽게 깨웠다.

"지수야, 다 왔어. 일어나야지.”

지수는 눈을 비비며 간신히 잠에서 깨어나 현우의 부축을 받아 집 안으로 들어왔다. 현우는 비틀거리는 그녀를 단단히 부축하며 침대까지 데려다주고 이불을 목까지 잘 덮어주었다.

"오빠… 고마워.…” 지수는 여전히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지수야… 오빠… 내일 아침에 올게.” 현우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는 집을 나섰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동아리 방으로 돌아가는 그의 얼굴에는 지수를 향한 깊은 애정과 함께, 밤샘 작업의 고단함이 스쳐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지수는 머리가 깨질 듯한 숙취와 함께 눈을 떴다. 어젯밤 일이 필름 끊긴 것처럼 조각조각 희미하게 떠올랐다.

술집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것, 그리고 현우 오빠가 자신을 데리러 와서 데려다준 것 같다는 막연한 기억의 파편들.

‘내가 어제… 혹시… 무슨 주사를 부리지는 않았겠지…?'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때,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띠리리 띠리리…'.

지수는 숙취로 욱신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놀라서 문 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현우가 커다란 비닐봉투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밤샘 작업의 피곤함 대신, 은은한 남자 향수 냄새와 함께 막 씻고 나온 듯한 상쾌함이 느껴졌다. 셔츠는 구김 없이 단정했고, 머리카락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마치 방금 미용실이라도 다녀온 사람처럼 흐트러짐 없는 말끔함이었다.

"지수야! 속은 어때? 괜찮아?” 현우가 성큼성큼 들어오며 따뜻하게 물었다.

지수는 현우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당황했다.

"오빠… 어… 어떻게 들어와…?”

"어떻게 들어오긴! 네가 어젯밤… 나한테 집 비밀번호 다 알려줬잖아!”

현우는 혀를 차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너 술 취하고 정신 없으니깐 비밀번호 아무 거리낌 없이 다 알려주더라?”

그는 부엌으로 향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봉투 안에는 뜨끈한 해장국과 시원한 물, 그리고 숙취 해소 음료가 가득 들어 있었다. 현우는 능숙하게 해장국을 냄비에 옮겨 끓이면서 지수를 힐끗 쳐다보았다.

현우의 시선을 느낀 순간, 지수는 비로소 자신의 엉망진창인 모습을 자각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아… 아! 저… 오빠… 잠시만!”지수는 현우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황급히 몸을 일으켜 욕실로 달려갔다.

문을 닫고 거울을 본 순간, 그녀는 경악했다.

헝클어진 머리, 번진 화장 자국, 그리고 피곤과 숙취에 절어 있는 얼굴.

‘세상에… 이 모습을 현우 오빠가 다 보고… 심지어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다니…!'

차가운 물줄기가 얼굴과 몸에 닿자 욱신거리는 머리와 울렁이는 속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수치심과 부끄러움은 가시지 않았다.

그 사이, 현우는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해장국을 따뜻하게 데우고, 어질러진 식탁을 깨끗하게 닦았다. 밥그릇과 수저를 가지런히 놓고, 봉투에서 꺼낸 물과 숙취 해소 음료도 식탁 위에 정갈하게 차려 놓았다.

그의 손길은 익숙하고 능숙했다.

지수가 샤워를 마치고 욕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 현우는 막 식탁 차리는 것을 마친 참이었다. 마치 자신의 집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서 이 남자가 내 일상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욕실 문 앞에 있는 지수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둘 사이 공기의 밀도가 달라짐을 느꼈다.

막 씻어 물기가 살짝 맺힌 머리카락, 화장기 하나 없는 뽀얗고 투명한 얼굴. 헐렁한 홈웨어 차림이었지만, 현우의 눈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잠시 넋을 잃은 듯 지수를 바라보던 현우의 눈빛에는 오직 지수만이 가득했다. 사랑스러움, 안도감, 그리고 애써 감추려는 듯 보였지만, 차마 숨기지 못하고 분명하게 타오르는 깊은 열망이 뒤섞인, 강렬한 눈빛이었다.

그의 눈빛은 ‘지금 당장이라도 너를 품에 안고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 고 말하고 있었다.

현우는 해장국 냄비를 내려놓고 지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현우는 조심스럽게 지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밤샘 작업으로 조금 거칠어졌을 그의 손은 따뜻했고,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지수를 향했다.

"지수야… 키스해도 돼?” 현우는 지수의 젖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귀 뒤로 넘겨주며 나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다정함과 함께 아슬아슬한 갈망이 배어 있었다. 지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현우는 천천히, 그리고 깊게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따뜻한 키스였다. 어젯밤 술 취한 모습에 대한 숙취와 밀려오는 부끄러움은 그의 키스에 녹아내렸고, 지수는 벅차오르는 행복감에 눈을 감았다. 현우의 키스는 격렬하기보다 다정했고, 서두르지 않았다. 키스가 끝나고 현우는 지수의 얼굴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깊은 애정과 함께 아직 가시지 않은 열망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지수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부엌 쪽을 향해 걸어갔다.

이 공간을 가득 채운 짙어진 공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혹은 스스로에게 ‘아직은 안 된다' 고 다잡으려는 듯.

"자, 이제 해장국 먹고 속 풀어야지. 뜨끈하게 끓여놨어.” 그의 목소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는 듯, 차분하고 다정했다. 지수는 현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식탁에 마주 앉아 뜨끈한 해장국을 앞에 두고, 현우는 지수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지수야. 근데 어제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 무슨 일 있었어?”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함께 부드러움이 묻어 있었다.

지수는 해장국 숟가락을 들다 멈칫했다.

어젯밤 자신의 주사와 술김에 저지른 일들, 그 모든 엉망진창인 모습을 현우가 모두 봤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 그게… 너무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만나서 마시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주량을 좀 넘겼나 봐.”

지수는 멋쩍게 웃으며 변명했다.

현우는 지수의 말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난 너가 친구들과 안 좋은 일이 있었나? 하고 걱정했지. 그리고 이건 부탁인데… 만취될 정도로 마시는 건 나랑 같이 있을때만 그렇게 했으면 해.

너는 잘 모르겠지만 너의 술 취한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아? 그런 모습은 나만 보고 싶다. 다른 놈들이 보는거 나 싫어” 현우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응….” 지수는 현우의 말에 작게 미소 지었다.

현우는 해장국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지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다시 장난기와 함께 애정이 서렸다.

"근데 최지수 씨.” 현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능글맞게 말했다.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그렇지, 집 비밀번호를 묻는다고 쉽게 알려주면 어떡하냐? 나였으니 망정이지!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데…겁도없이. 진짜 큰일 날 여자일쎄.” 그의 목소리에는 가벼운 타박과 함께 안도감이 뒤섞여 있었다. 지수는 현우의 말에 얼굴이 완전히 익어버렸다. 어젯밤 술김에 현관문 비밀번호는 물론이고, 그에게 얼마나 매달렸는지, 어떤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늘어놨는지 아련한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세상에… 내가 어제 무슨 짓을 한 거지… 다 기억하고 있나 봐…'

현우는 그런 지수의 귀여운 반응을 보며 더욱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는 식탁 위로 손을 뻗어 지수의 손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손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장난스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은 애정은 숨길 수 없었다.

"그러니까, 오늘 나 가고 나면 꼭 비밀번호 바꿔놔.” 그는 지수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안 그러면… 나 너 때문에 밤새 잠 못 자고 미친놈처럼 서성일 때 … 새벽에 불쑥 찾아와서…” 그는 윙크하며 말을 흐렸다. 아슬아슬한 말의 끝을 듣고 지수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그의 능글맞은 협박 속에 담긴 진심 어린 애정과 숨기지 않는 소유욕이 동시에 느껴져 부끄러우면서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그의 손을 꼭 잡은 그녀의 손끝과 입가에 걸린 희미한 미소가 그녀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뜨끈한 해장국을 다 먹고 나자 속이 편안해졌다. 햇살이 창문을 통해 거실 바닥에 따뜻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현우는 창밖을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와, 지수야! 오늘 날씨 진짜 좋다! 해장국도 다 먹었겠다, 우리 나가서 데이트할까?” 지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지수의 집을 나섰다. 따뜻한 봄 햇살 아래 손을 잡고 걷는 발걸음은 가볍고 행복했다.

현우는 지수의 손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손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고, 지수는 그의 따뜻한 손길에 미소 지었다. 길을 걷는 내내 현우는 지수에게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해주었고, 지수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일상 속 소소한 순간들을 서로의 온기로 채워가며 또 한 뼘 더욱 깊어졌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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