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속의 길잡이

by 은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방콕의 짜뚜짝 시장은 그야말로 거대한 미로와 같았다.

지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좁은 골목길을 헤매고 있었다.

화려한 색감의 옷가지, 독특한 수공예품, 맛있는 길거리 음식 냄새가 뒤섞인 활기찬 분위기였지만, 길치인 그녀에게는 그저 혼란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지도 앱은 이미 먹통이 된 지 오래였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킬 뿐이었다.

"아… 정말 길을 잃었나 봐.”

지수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시련의 아픔을 잊고 싶어서 떠나온 태국 여행이었지만, 낯선 환경 속에서 느끼는 막막함은 여전했다. 오히려 더 깊은 고독감에 휩싸이는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돌아보니, 훤칠한 키에 선한 눈매를 가진 남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옅은 미소가 매력적인 그는 어딘가 모르게 편안한 분위기를 풍겼다.

"혹시 길을 잃으셨어요?” 남자가 한국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깜짝 놀란 지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네. 이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도저히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지도를 가리키며 더듬거리듯 말했다.

남자는 지도의 위치를 확인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그쪽은 저도 지금 가는 길이에요. 저를 따라오세요.”

그는 친절하게 앞장섰고, 지수는 얼떨결에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능숙하게 헤쳐나가는 남자를 따라 걷는 동안, 지수는 어색함을 풀기 위해 말을 걸었다.

"여행 오셨어요?”

"네, 잠시 놀러 왔는데 어찌하다보니 이곳에 머문지 한 달이 다 되어가네요.

혼자 오셨어요?”

남자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으며 그의 이름은‘현우'라고 했다.

현우는 길을 안내해 주는 동안 짜뚜짝 시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어떤 가게가 유명한지, 어떤 음식을 꼭 먹어봐야 하는지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덕분에 지수는 길을 잃었던 불안감을 잊고 시장 구경을 즐길 수 있었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현우는 잠시 멈춰 서서 지수를 바라보았다.

"이제 거의 다 왔네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현우씨 아니었으면 아마 한참 동안 헤매고 있었을 거예요.”지수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별말씀을요...근데 내일 특별한 일정 없으시면 저랑 저녁식사 함께 하실래요?”

현우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낯선 곳에서의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현우의 따뜻한 배려에 지수는 흔쾌히 동의했다.


다음 날, 저녁 두 사람은 한적한 태국 음식점으로 향했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지수와 현우는 다양한 태국 요리를 맛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현우는 한 달 동안 태국 여행에서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들려주었고, 지수는 현우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 감각으로 잠시 잊고 지냈던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현우는 지수에게 숙소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했고, 두 사람은 나란히 길을 걸었다.

길거리의 야경과 은은한 조명 아래, 왠지 모르게 묘한 설렘이 감돌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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