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서로의 몸과 마음을 나누며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깊고 단단해졌다. 지수는 현우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며 그에게 깊은 신뢰와 사랑을 확신하게 되었다. 현우 역시 지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그녀를 향한 애정이 더욱 커져갔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고, 함께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벅차올랐다.
2학기가 되자 현우의 일상은 다시금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건축 설계 공모전 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우는 다친 다리 때문에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공모전 준비에 밤낮없이 몰두했다. 그의 동아리 방에는 설계 도면과 스케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갔고, 노트북 화면에서는 쉴 새 없이 건축 프로그램이 돌아갔다. 현우는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그의 눈빛은 열정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밤샘 작업을 밥 먹듯이 했고, 주말에도 동아리 방에 틀어박혀 작업에 몰두했다. 지수와 연락하는 시간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집에 가기 전 반드시 현우의 동아리방에 들러 잠시라도 얼굴을 보면서 일상을 공유했다. 현우가 피곤해 보이면 따뜻한 음료를 건네거나, 어깨를 주물러주며 짧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응원하는 시간은 두 사람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서로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은 끊임없이 노력했다.
공모전 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건축학과 3학년 후배인 민서가 새롭게 팀원으로 합류했다. 민서는 현우의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존경하는 후배였으며, 자신 또한 건축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민서는 현우가 다친 다리 때문에 움직임이 불편하자, 적극적으로 현우의 옆에서 손발이 되어 주었다. 필요한 자료를 찾아오거나, 밤샘 작업을 현우와 함께하며 그의 아이디어를 스케치로 옮기는 등 헌신적으로 지원했다. 민서의 재능과 성실함 덕분에 현우는 작업 속도를 낼 수 있었고, 동아리 방에는 현우와 민서가 함께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현우의 동아리 방에 민서의 존재가 더해지면서 지수는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수의 눈에는 현우의 옆을 지키며 그를 돕는 민서의 헌신적인 모습이 너무나 낯설었다. 다른 팀원들 없이 현우와 민서만 동아리 방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때면, 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과거 태준이 새로운 것에 몰두하며 자신을 소홀히 했던 기억,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던 모습이 떠오르며 불안감을 자극했다. 지수는 애써 스스로에게 ‘그녀는 그저 오빠의 후배일 뿐이야', ‘공모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라고 되뇌었지만,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불안의 씨앗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자신의 감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며 현우에게 티 내지 않으려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