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는 믿음과 사랑

by 은기

지수는 학교 정문에 게시된 <건축학과 4학년 지현우 대한민국 건축설계 공모전 대상> 현수막을 볼 때마다 지수의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현우에게 소식이 먼저 전해졌다. 팀원이 커뮤니티에 올린 'Nova Structure 공모전 입상'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현우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믿기지 않는 마음에 그는 곧바로 메일함을 확인했고, 'Finalist'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부모님께 먼저 기쁜 소식을 전하고 곧바로 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수야, 나 합격했어. Nova Structure 공모전에 입상했대!”

현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지수는 벅찬 기쁨에 들떴다.

"진짜? 오빠, 너무 축하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오빠, 오늘 우리 둘이서 파티하자! 내가 근사한 파티 음식을 준비할게."

"그래, 그러자. 지금 학교 정문으로 갈게.”

"오케이.”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벅찬 기쁨이었다. 지수는 현우의 손을 잡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지수의 밝은 웃음소리로 현우의 집은 금세 생기를 얻었다. 지수가 요리하는 동안 현우의 휴대폰에는 축하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팀원들, 교수님들, 심지어 동기들에게까지 온 축하 메시지에 현우는 입꼬리가 내려갈 줄 몰랐다.

현우는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요리하는 지수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 안았다.

"지수야, 네가 우리 집에서 이렇게 요리하고 있으니까 우리 결혼한 신혼부부 같은데?”

지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야, 이 오빠가? 혹시 프로포즈하는 거야?"

현우는 지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내가 프로포즈하면 넘어올래?” 라고 말하며 지수를 마주 보게 돌려세웠다.

"오빠, 아직 우리 졸업도 안 했어. 그리고 우리 부모님 뒷목 잡고 쓰러지셔.”

"그렇지. 내가 너무 도둑놈이지? 우리 지수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네가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데. 너랑 떨어져서 지낼 수 있을까?”

지수는 현우를 바라보았다.

"Nova Structure 본사가 미국에 있어서 조만간 미국으로 건너가야 할 것 같아.”

지수는 현우의 말에 잠깐 표정이 굳었지만, 이내 환하게 웃었다.

"오빠, 지금 우리 학교 졸업해도 취직하기 어려운 거 알지? 그런데 오빠는 그렇게나 가고 싶은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이렇게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 어떡해?”

"너랑 떨어져 있을 생각에 그렇지... 저번에 태준이를 보니까 우리가 장거리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게 더 걱정이 돼. 내가 미국에 가면... 너를 혼자 두는 게 너무 불안해.”

지수는 현우를 꼭 안았다.

"걱정하지 마. 장거리 연애하는 사람 중에 안 헤어지고 잘 지내는 사람 많아. 그리고 어떻게 알아? 나도 미국으로 갈지?”

현우는 놀란 듯 지수를 살짝 떼어내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

"무슨 소리야?”

"아직은 결정되지 않아서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 미국 W대학교로 교환학생 신청했어. 이번에 영어시험 성적만 잘 나오면 내년에 별 무리 없이 갈 것 같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어.”

"와! 정말? 이걸 이제야 말해? 준비는 벌써 다 했을 거 아냐?”

"영어시험 성적이 생각보다 낮아서 조금 불안했거든. 그래서 말하지 않았어. 근데 내년에 꼭 미국으로 가야 할 동기가 생기니까 이번 영어시험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더니 성적이 기대 이상일 것 같아.”

"우리 지수 애썼는데 내가 공모전 준비 때문에 잘 챙겨주지도 못했네.”

지수는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오빠, 우리 서로 믿자. 나도 오빠를 믿고, 오빠도 나를 믿어줘. 그러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깊이 마주 보았다. 흔들림 없는 믿음과 사랑이 그들의 눈빛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밤이 깊어지도록 서로에게 기대어 함께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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