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넌 누구냐?

초록색 우주 마법의 습격

by 은기

그날따라 유난히 눈꺼풀이 무거웠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 아늑하고 어두컴컴한 '비밀 요새(숨숨집)' 안으로 쏙 기어들어 갔다. 꼬리를 동그랗게 말고, 코를 앞발에 묻으며 기분 좋은 꿈을 꿀 준비를 마친 그때였다.

평화로운 내 코끝으로 생전 처음 맡아보는 정체불명의 '신호'가 감지되었다.

‘응? 이 익숙한 듯 낯선, 뇌를 간질이는 향기는 뭐지?’

분명 잠들기 직전이었는데, 캣닢의 향기를 맡는 순간 거짓말처럼 잠이 우주 너머로 날아가 버렸다.

엄마가 몰래 숨숨집 바닥에 뿌려둔 그 초록색 가루는 단순한 풀떼기가 아니었다. 향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은방울꽃 종소리가 '딩동댕!' 하고 울려 퍼졌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아니, 눈이 저절로 '보름달'처럼 커졌다.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향기지? 머리부터 꼬리까지 짜릿해!'


머릿속에서는 수천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나는 홀린 듯 가루 위로 몸을 던졌다. 한 번 킁킁, 두 번 부비부비...


나는 숨숨집 안에서 뒷발 팡팡을 날리고, 벽면에 얼굴을 마구 부비기 시작했다.

좁은 요새 안은 금세 '룰루만의 클럽장'으로 변했다.


“아니, 엄마! 여기에 대체 뭘 뿌린 거예요? 숨숨집이 갑자기 무지개색으로 변했다고요!”

나는 숨숨집 밖으로 튀어나와 거실 바닥을 '행복한 미꾸라지'처럼 미끄러져 다녔다.

방금 전까지 하품을 하던 고양이는 어디 가고, 거실에는 오직 캣닢 마법에 걸린 광란의 댄스만 추는 냥이만 남아 있었다.


한참 동안 숨숨집과 거실을 오가며 '무아지경 쇼'를 펼친 뒤에야, 마법은 서서히 풀렸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다시 숨숨집 앞에 섰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주 우아하게 앉아 앞발을 핥았다.


엄마가 웃으며 다가와서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룰루야, 캣닢 향기에 잠이 확 깼어?”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집사를 바라봤다.

‘후... 인간들이란. 고귀한 고양이의 명상을 방해하다니. 이건 명상이 아니라... 그래, 새로운 사냥 기술을 연습한 것뿐이라고!’


나는 못 들은 척 묵묵히 뒷발 털을 정리하며 다시 숨숨집 안으로 위엄 있게 걸어 들어갔다. 비록 코끝엔 여전히 향긋한 마법이 남아 있어 잠이 오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았지만 말이다.



� 명언형 문장

“진정한 고양이는 잠결에도 마법의 향기를 알아보고 몸을 던지는 법이다.”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4화. 첫 병원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