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엄마가 고백할 게 있어.”
그날은 새벽이었다. 유난히 잠이 오지 않은 날, 주방으로 나와 물 한 잔을 마셨다. 쪼르륵 물이 떨어지는 정수기 소리에도 전혀 기척이 없는 안방과 동생방. 나는 나만 일어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내 방으로 돌아갔다. 따뜻한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왔다.
“자니?”
“아니, 핸드폰 하는데”
엄마는 말없이 내 옆에 누웠다. 내 침대는 좁아서 나는 벽으로 밀착하여 말없이 핸드폰만 봤다. 평소라면 말이 많은 모녀인데 그날은 엄마가 말을 하지 않기도 했고 나도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사실 엄마가 고백할 게 있어.”
결심한 듯한 엄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울 것 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빛의 비장함이 담긴 그런 얼굴이었다. 낯선 엄마의 표정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나는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엄마는 나에 대해, 내 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사실 아빠도 모르는 거야.”
“뭔데 그래. 무섭게.”
“언니가 있었어.”
엄마는 삼 남매이다. 큰 외삼촌, 엄마, 작은 외삼촌 이렇게 셋.
“언니가 19살 때 자살했어. 너랑 똑같은 것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너가 대학병원 간다고 해서. 꼭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 말해.”
“음… 상상도 못 한 이야기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천장만 바라봤다.
“놀랐니?”
“아니 그냥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 “
“나도 이런 말 하는 게 너한테 무슨 영향이 갈지 모르겠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말을 해야겠더라.”
“나는 외할머니가 자살했다고 말할 줄 알았어.”
“맞아. 엄마가 말 안 했니?”
“전혀. 내가 짐작한 거야. 할머니도 똑같다고 그래서 그랬겠구나 하고.”
“할머니도 자살했어.”
그때 엄마의 얼굴을 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엄마는 울지 않았다. 울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울지 않는 건가. 항상 밝게, 생각 없이 사는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엄마가 많이 힘들었겠네. 언니 자살했을 때 엄마는 몇 살이었어?”
“열넷? 열다섯? 다섯 살 차이었어.”
“속상했겠다.”
나의 대답을 끝으로 엄마의 고백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