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10kg가 쪘다

by 정수아


어렸을 때부터 나는 통통한 편이었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 살이 찌는 건 당연했다. 엄마, 아빠, 남동생 모두 마른 체형이라 통통한 나의 모습은 유독 눈에 띄었다. 가족들처럼 날씬해지고 싶었지만 입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렇게 20살이 되었다.


20살이 되자마자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도 예뻐지고 싶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고 그 한 끼도 과일로 대체할 때가 많았다. 나는 1년 만에 10kg를 뺐다.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뚱뚱했던 나는 가장 날씬한 사람이 되었다. 친구들은 내가 독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나도 내가 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이어트의 결과가 이렇게 달콤한 것을.


48kg의 나는 너무 예뻤다. 허리는 쏙 들어가고 골반은 넓었다. 그래서 몸에 딱 달라붙은 옷을 입으면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다. 옷을 고르는데도 제한이 없었다. 원하는 옷은 웬만하면(요즘 마른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나에게도 작은 사이즈가 있었다) 입을 수 있었다. 살이 다시 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의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있었고, 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조절을 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울증 증상으로 ‘위염’이 와서 강제 다이어트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조울증 약을 먹으면서부터이다. 처음엔 위염이 나아서 살이 찐다고 생각했다. 예전보다 잘 먹고 있었기에 살이 어느 정도 찌는 것은 감수할 수 있었다. 오히려 마음껏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2년 반 만에 양껏 먹는 음식들이었다.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더 이상 감사하지 않다. 7개월 만에 살이 10kg나 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의 몸무게보다 살이 더 찐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입었던 옷들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 쇼핑몰에는 더 이상 내가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없었다. 프리사이즈도 맞지 않았다. 나는 빅사이즈 전문 쇼핑몰에서만 옷을 살 수 있었다. 빅사이즈 옷만이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장르였다. 절망적이었다.


나는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예전처럼 다이어트를 하면 몸무게가 빠질 것이라 생각했다. 아침저녁으로 그릭요거트와 약간의 과일만 먹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예전에 다이어트를 했던 경험 덕분일까. 내 입은 적응했다. 하지만 살이 빠지지 않았다.


“너 약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엄마가 찾아보니까 너가 먹는 약 중에 살이 찌는 약이 있대.”


지나가는 엄마의 한마디는 내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았다. 약. 왜 내가 그 생각을 못했지. 생각해 보니 살이 찌기 시작한 순간은 약을 먹었을 때였다. 똑같이 혹독한 다이어트를 했지만 살이 빠지지 않는 상황도 약의 존재가 있다. 나는 내가 먹는 약과 관련된 자료들을 처음으로 찾아보았다.


아빌리파이, 아빌리파이였다.


의사 선생님과 살에 관하여 상담을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먹는 약들 중에서 살이 찌는 약은 없다고 했다. 거짓말. 나 말고도 살이 쪘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넘쳐

났다. 나 혼자 짐작한 건대, 의사 선생님은 내가 살 때문에 약을 먹지 않을까 봐 걱정돼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긴. 살이 찐다고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약이 살을 찌우든 말든 나는 평생 이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다. 이제 더 이상 살은 내 노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도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혹시 몰라서, 나는 다를까 봐. 헛된 것을 알고 있지만 일말의 기대를 놓을 수가 없다.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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