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이다.

가을이 가는 길에

by 하루

밑도 끝도 없이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때가 있다.

기억 속 어느 날이든,

한 날 불었던 바람과 꼭 같은 바람이 부는 때,

심장을 두드리던 그 노래가 들려오는 때,

그날의 시린 색 하늘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때.

뻥 뚫린 구멍으로 덜컥 쏟아져 내리는 마음을 받쳐 들고,

속수무책.

별 수 없다.

가만히 기다리는 수밖에.

노래가 끝나기를,

바람이 지나가기를,

하늘이 다 쏟아져 내리기를.

이유 없이 가슴이 미어지진 않아.

나오려는 눈물을 참지 말고,

가을 햇빛 냄새에도 그만 내려앉는 것,

한 번도 내려앉지 않는 가슴보다 인간적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매력지수와 자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