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대관령의 여름
체크인 시간 보다 일찍 도착할것 같아서 근처 송어회집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속사 ic에서 나와서 이승복 기념관 쪽으로 가는 길에는 송어횟집이 몇 군데 있는데 예전에 가 본 적이 있는 집에 전화로 주문을 해 놓고 포장을 해서 숙소로 갔다. 아이스박스에 포장된 회를 차에 싣고 꼬불한 시골길을 조금 들어가자 펜션 입구가 보였다.
펜션은 단지형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펜션에 도착하자 관리자가 나와서 예약한 숙소로 안내해 주고 짐도 옮겨 주었다. 이 곳은 원래 애견펜션은 아닌데 애견 동반 입실이 가능하고 대신 1박당 추가 요금을 3만원씩 내야 했다. 방1개, 거실, 부엌이 있는 곳을 예약했는데 방 두 개가 있는 방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베란다도 널찍하고 바베큐 그릴과 식탁, 흔들의자가 갖춰져 있었다. 바베큐 이용 요금을 추가로 내면 원하는 시간에 숯불을 피워 준다고 한다. 애견 동반 요금과 바베큐 요금을 추가로 지불하고 에어컨, 보일러 사용법 설명을 들었다.
간단히 짐 정리를 하고 3박 4일 동안 우리 가족의 휴식 공간이 될 공간을 둘러 보았다. 콩돌이도 여기저기 둘러보다 소파에 편하게 올라가 앉았다. 겨울에 부산에 있는 애견동반 호텔에 갔을 때는 좀 불안해 하고 밖에서 나는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는데 이 곳에서는 다행히 잘 적응하고 편안히 잘 지냈다. 강원도는 확실히 시원했다. 집에서는 밤에도 에어컨을 틀고 잤는데 여기서는 에어컨을 안 켜도 시원했다.
포장해 온 송어회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아이스 박스에서 회를 꺼내고 같이 포장된 채소랑 양념들을 펼치니 한 상 가득이다. 가늘게 썰어 진 채소에 초고추장이랑 참기름을 넣어 잘짝 섞고 송어회 한 점을 콩가루에 찍어서 같이 먹으면 환상의 조화다. 송어회를 맛있게 먹고 음악회에 갈 준비를 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콩돌이는 음악회에 못 데려가니 부부가 한 명씩 번갈아 콩돌이와 함께 숙소에 남기로 했는데, 남편에게 처리할 일이 생겨서 음악회는 딸이랑 나만 가고 남편은 콩돌이와 숙소에 남아서 들고온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 휴가 가서도 일을 맘편히 놓지 못하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대관령 국제 음악제가 열리는 알펜시아는 숙소에서 30분 정도 거리였다. 우리가 갔던 날 대통령도 휴가를 맞아 이 곳을 찾았다고 한다. 낮에 다녀가셨다던데 우리는 저녁에 가서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넓은 알펜시아 리조트에 도착해서 이 곳 저 곳을 둘러 보며 사진도 찍고 놀면서 음악회 시작을 기다렸다.
딸은 어렸을 때, 그 때는 콩돌이가 없을 때여서 알펜시아에서 숙박하고 워터파크에도 가고 했던 이야기를 하며, 이런 리조트에는 애견 동반이 안되는 것을 아쉬워 했다. 작년 여름에 유럽 여행을 하며, 그 곳에는 애견 동반 가능한 호텔도 많고 지하철이나 버스, 미술관에도 자연스럽게 애견동반 하는 모습을 보고 왔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 컸다. 우리 나라는 아직 애견 동반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적어서 여행 갈 때마다 늘 아쉬운 부분이다.
해가 저물어 가고 음악회 시작 안내방송이 나온다. 서울에는 폭염이 계속 되고 있는데 대관령의 여름 밤은 시원하다.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러시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러시아 작곡가들의 음악을 듣는 여름밤은 어제까지의 일상이 아득하게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다. 저녁을 일찍 먹어서인지 음악회가 끝나니 배가 고팠다. 리조트에서 치킨을 한 마리 포장해서 펜션으로 돌아왔다. 여행 첫 날을 치킨으로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가족들 모두 시원해서 잘 잤다고 했다. 그동안 계속된 더위로 밤마다 에어컨 켜고 자다가 추워서 껐다가 하느라 잠을 설쳤는데 여긴 시원해서 한번도 안 깨고 푹 잤다. 진정한 피서였다. 콩돌이도 그 동안 더위에 지쳤을텐데 강원도에서 컨디션을 회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