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리고 다시 시작해도 돼

모든 것에 늦은 건 없다.

by 수아린



인생은 버팀의 연속이다.

앞을 보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온몸의 기운이 빠지고 만다.


좋은 일만 있다면 매일이 행복하겠지만

누군들 매일이 행복하겠는가.


걱정도, 고통도, 슬픔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우리는 그렇게 거센 물살을 견디며

그 자리를 지키는 바위처럼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누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이들은 버티며 살아간다.

하물며 세 살배기 아이에게조차 힘듦은 찾아온다.


버텼던 시간들이 언젠가 보상으로 돌아오겠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부러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너무 힘들고 지쳤지만

명예와 성공을 위해 그 무게를 짊어진 채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 삶의 의욕이 사라졌다.


먼 타지살이에 고국이 그리웠지만

실망할 가족들을 떠올리면

차마 포기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그 고통은 나를 서서히 갉아먹었다.

결국 처음으로 포기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고

도망을 준비했다.


실망이라는 감정보다

나를 떠나보낸 감정이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그 생각이 스친 어느 날 밤,

나는 33층 집 창가에 서서

아득한 마음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비행기표를 샀다.


‘휴가를 최대한 써보고 정말 못 버티겠으면 그때 생각하자.’


그렇게 도망치듯 한국 땅에 도착했을 때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가벼웠다.


고통의 무게가 한순간에 먼지처럼 흩어졌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자

세상이 달리 보였다.

그제야 묻게 되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죽음까지 생각했던 걸까.”


가족과 친구들은 “갑자기 왜 왔어?”라고 물었지만

나는 그저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타국으로 돌아갔다.


그 버팀이 너무 무거워

스스로를 포기할 뻔했지만

잠시 쉬어감으로써

나는 나를 죽음까지 몰아가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힘들었고 여전히 버거웠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달라졌다.

‘마음가짐’이었다.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

타인의 시선보다 내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잠시 쉬어보니 진짜로 소중한 것이 보이더라.


이후로 나는 힘든 시간이 올 때마다


그날 밤,

33층 창가에서 비행기표를 끊던 순간을 떠올린다.


물론 쉬면서 놓치는 것들도 있다.

그래서 스스로를 어리석게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이나 자책감에 휘둘리며

나의 인생을 몰아붙이지 않으려 한다.


너무 힘들고 지칠 때면

한숨 돌리고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아직 인생은 길다.

지금 이 순간도 살아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나를 다독여주자.

그리고 잊지 말자.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보다

잠시 쉬어갈 용기를 내는 것이

더 멋진 일일 때가 있다.


- 포기가 아닌 회복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