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벗, 망년우(忘年友)

좋은 친구를 얻고자 한다면,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by 수아롬


나이를 초월해서 사귀는 벗,

‘망년우(忘年友)’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벗이 다.

열네 살 많은 언니지만,
마음속으로 이 분을 내 ‘친구’라 여긴다.
알고 지낸 지는 15년이 넘었지만, 속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년여 전 어느 날이었다.
언니의 남편분께서 몸이 아파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어르신은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셨고 손 쓸 새도 없이 하늘로 떠나셨다.
평소 두 분은 우리 부부가 늘 마음속으로 닮고 싶어 하던 분들이었다.
단정한 옷차림, 나이와 상관없이 고개 숙여 인사하시던 모습,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인자한 미소로 주변의 힘든 사람들을 돌보시던 넉넉함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언니는 배우자분을 잃고 많이 힘들어하셨다.
장례식장에서 언니를 본 순간, 가슴 한편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 차분해 보여서 더 두려웠다.
몇 년 전부터 함께 일을 하시며 같이 지내시는 시간이 많았기에, 그 상실감은 더 깊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외로움이 얼마나 두려웠을지... 나는 언니가 좋지 않은 생각을 하실까 봐 겁이 났다.


이후, 점심시간마다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생사 확인을 하듯 조심스럽게.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셨지만, 다행히도 내 전화는 받아주셨고 통화가 될 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에 스치는 떨림에 마음이 시렸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그 시간 속에서, 헤아릴 수 없는 무게 앞에서
나는 그저, 조심스레 침묵을 더듬으며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시절, 내 목소리만큼은 언니의 무너진 마음 한켠에 닿아, 세상과 단절된 고요한 절망 속에서
단 한 번이라도 삶의 가장자리로 끌어올리는 숨 같은 찰나였기를 바랐다.

그렇게 우리는 여러 계절을 함께 지나며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고, 나이를 뛰어넘어 마음을 나누는 벗이 되어갔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점심시간이 되면 언니에게 전화를 건다.
욕심 없이 마음을 나누고, 지혜를 더해 서로에게 본보기가 되는 사람.
그 분과 삶을 나누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연스레 존경심이 깊어져 간다.

함께하며 수많은 순간과 생각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언니의 생각과 내 생각이 놀랄 만큼 닮아졌다.
요즘은 내가 가진 생각을 먼저 표현하실 때도 많아서,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 실감하곤 한다.


앞으로도 좋은 마음을 품고, 그것을 세상에 조용히 풀어내며 선한 영향력으로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을 기대한다.
그 길이 느리더라도, 그만큼 단단하고 값지다는 걸 알기에 언니가 스스로 힘을 내시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용히 응원한다.


언니가 요즘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막상 자기 일이 되면 그 안에 갇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
그럴 땐 곁에서 ‘그건 아니야’ 하고 말해줄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지.”

맞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다.
흔들릴 때,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을 조용히 짚어줄 수 있는 사람.
앞으로도 서로의 바른 마음을 지켜주고, 기꺼이 시간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벗이 되고 싶다.


언니!
오늘도 전화를 드리면, 기다리셨다는 듯
“어, 수아 씨~” 하고 반가운 목소리로 받아 주시겠죠?

저,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통화를 마칠 때면 단 한 번도 먼저 끊지 않으셨다는 걸요.
덕분에 저는 늘 미소 지으며 전화기를 내려놓고 기분 좋게 오후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

그 작은 순간들 속에
저를 아껴주시고, 배려해 주시는 언니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알고 있어요.
고운 마음 하나하나가 참 고맙고,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좋은 친구란 - 공자와 자공의 대화에서

진정한 친구란 내가 어려울 때 등을 돌리지 않고,
잘 나갈 때 시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친구를 만나고 싶다면 나 역시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좋은 친구는 결국, 내 마음이 비친 거울 같은 존재다.

내가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에 따라 돌아오는 관계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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