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고 하얀 가족, '딱지' 2

딱지와의 마지막 봄날

by 수아롬

어릴 적, 아빠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예쁘고 하얀 강아지, '쎈'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 울고 웃으며 곁을 지켜주던 소중한 존재.

쎈은 열여섯 해를 우리와 함께 살다가, 조용히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때 다짐했었다.

다시는 그런 인연을 맺지 않겠다고,

깊은 이별의 고통을 겪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외동으로 자라며 외로움을 호소하는 아들의 간절한 눈빛 앞에서

또 한 번 마음을 내주고야 말았다.

처음 만난 ‘딱지’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유리 케이지 한쪽 구석에서 덜덜 떨며 가만히 웅크려 있었다.

너무 작고 여려 보여서 한동안 눈에 밟혔다.

애견가게 사장님은,

얼굴이 예뻐서 ‘아기 낳는 강아지’로 키울 거라고 했지만,

그 말에 마음 한 구석이 긁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다음 날 우리는 그 아이를 데려왔다.

처음 품에 안긴 순간부터 내 곁을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정말 너무 작고 작아서

“코딱지만 한 게 딱 붙어 다닌다”는 뜻으로

‘딱지’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살면서 이런 존재를 또 만날 수 있을까.

말 대신 눈빛으로, 몸짓으로, 그리고 조용한 숨결로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던 아이.

겁이 많아 늘 품에 안겨서도 덜덜 떨곤 했지만,

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누구보다 용감했다.

가끔은 동네 비둘기에게도 사냥개처럼 달려들며 용맹을 뽐내던,

작지만 당찬 아가씨였다.


우리는 함께, 수많은 추억을 쌓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열네 살이 된 딱지는,

사람 나이로 치면 팔십에서 구십쯤...

인간의 수명과는 다른 셈법으로, 강아지의 시간에서는 이미 노인이 되어 있었다.

세월이 몸을 조금씩 앗아가고 있었던 걸까.

몇 달 전부터 서서히 아파하던 딱지는, 어느 날 갑자기 숨을 고르기조차 힘들어했다.

그리고 그 무너짐은 아주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다가왔다.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날들이 길어졌고, 우리는 하루하루를 간절히 붙잡으며 살았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좋아하던 호숫가에 함께 버스킹 하러 가자고.
이겨내자고, 버텨달라고, 애원했다.

요즘 딱지는 내 체취가 밴 옷을 베고 조용히 하루를 보낸다.
눈은 감은 채, 귀도 들리지 않아 오직 나의 손길에만 반응하는 모습이
말할 수 없이 가슴 시리다.


하얀 얼굴에 윤기 나는 검은콩 세 알을 콕 박아놓은 듯,

눈부시게 사랑스러웠던 너.

가족들 곁을 졸졸 따라다니며 온 마음을 건네던, 따뜻한 너.

우리 삶에 조용히 내려앉은 선물 같았던 너를.

딱지야, 우리는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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