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안녕, 내 이름은 딱지
나는 열네 살이야.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같은 장난꾸러기 오빠가 있지.
추운 겨울, 나는 작고 차가운 유리상자 안에서 벌벌 떨며 지내고 있었어.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들여다보았지만, 몇 달째 그냥 지나치기만 했지.
나는 영영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까 봐 정말 무서웠어.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남자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유심히 바라보는 거야. 그 순간, 간절히 바랐지.
"제발, 제발 저 가족이 나를 데려가 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은 나를 두고 그냥 가버렸어.
나는 좌절했지.
그런데 다음 날, 그 가족이 다시 온 거야!
순간 너무 기뻐서 온몸으로 용기를 내었어. 꼬리를 힘껏 흔들고, 두 발로 일어서서 "저 여기 있어요!" 하고 소리쳤지.
그렇게 나는 가족이 되었어.
처음 안긴 엄마 품은 따뜻하고 포근해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지.
낯선 장소에 도착한 나는 믿고 의지할 곳이라고는 처음 안아주었던 사람밖에 없어서 그 사람을 졸졸 따라다녔어.
"코딱지만 한 게 딱 붙어 따라다니는구나. 앞으로 딱지라고 해야겠다."
그래서 내 이름은 '딱지'가 되었지.
겁쟁이 같아 보이지만 사실 어릴 때 꽤 용감했었어.
사나운 화이트 팽처럼 전속력으로 달려가 비둘기를 쫓아가서 확! 덮쳤지...
아, 거의 잡을 뻔했다니까.
가끔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여행 가는 게 좋았어.
작은 가방에 담겨 산으로 바다로 가는 그 길은 행복했지.
캠핑도 가고 시골집에서 따스한 햇볕을 쐬는 시간도 최고였어.
매일 집 앞에 산책을 가는 일이 제일 즐거웠어.
상쾌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기분.
햇살 따뜻한 날엔 호숫가 앞에서 버스킹도 했지.
"내 이름은 딱지~ DDAKJI~! 딱지~!"
엄마와 나는 작은 소리로 또 신나게 노래했어.
내가 이 구역 으뜸 가수지.
그런데 요즘 부쩍 몸이 힘들고 잠이 자꾸만 와.
뒷다리에 힘이 없어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입맛도 없는데 엄마가 자꾸 억지로 밥을 먹여.
먹기 싫지만 애원하는 눈빛을 거절할 수 없어서 삼켜.
어떤 때는 숨쉬기가 정말 힘들어.
헐떡거리고 있으면 엄마 아빠는 나를 데리고 낯선 곳으로 달려가지.
아픈 친구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면 조금은 편안해져.
엄마가 자꾸 울어.
그러면 나도 슬퍼.
가족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마음 아파.
하지만 난 최고의 삶을 살았어.
사랑도 넘치게 받고, 나이 들고 아플 때 극진한 보살핌도 받았거든.
엄마와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봄날.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그 계절에, 다시 한번 호숫가에서 버스킹을 하면 좋으련만.
곧 떠나야 할 것 같아...
내가 잊을까 봐 엄마가 자꾸 말해.
"무지개를 건너가면 '쎈' 오빠를 찾으렴. 씩씩한 오빠가 널 보호해 줄 거야.
그리고 꼭 나중에 오빠와 함께 엄마를 마중 나와주렴."
네, 제가 꼭 마중 나갈게요!
그리고 그때는 우리 헤어지지 말아요.
사랑해요! 우리 가족.
내 작고 하얀 가족,'딱지' 2 https://brunch.co.kr/@suarom/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