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나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방향이 틀어진 줄도 모른 채 아이를 잃고 있었다.
아이를 들여다보지 못한 시간,
되돌릴 수 없기에 더 깊이 반성하고 품어봅니다.
아들아,
...
평생 너의 편이 되어줄 아빠가
2015년 6월.
그해 여름, 남편은 아이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다.
“평생 너의 편이 되어줄 아빠가”라고 끝나던 그 편지를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이 저릿하다.
사춘기의 바람 속에서 아이와 나는 거칠게 부딪혔고,
그 사이에서 남편은 묵묵히 우리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려 애썼다.
혹시라도 진심을 담아 전한 편지가 아이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을까...
작은 희망을 품고 아들에게 정성껏 보냈던 편지였다.
편지를 건넨 남편의 손에는 조심스러운 다정함이 묻어 있었고,
나는 그 안에 담긴 절절한 진심을 마음 한편에 오래도록 품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우리 가족은 몇 년간 무섭고도 긴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사춘기라는 엄청난 재앙 속에서
괴물처럼 변해 입도 닫고 눈도 닫은 채 엇나가는 아이의 모습에
가슴이 타들어 갔고, 매일 눈물바다였다.
아파트 벤치에서 한없이 흐느꼈고,
지하 주차장 어두운 구석에서 혼자 울며 시간을 보냈다.
울고 또 울고…
그 시간들을 지나고 나서야 보니, 나는 내 안의 절망 속에서 스스로 길을 잃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불행이 억울했고, 이 무섭고도 깜깜한 길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두려웠다.
그런데, 지난날을 돌이켜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사춘기의 혼란이 아이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건 커다란 착각이었다는 걸.
그저 내 방식대로 아이를 보살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보내던 수많은 신호를 놓쳤었다.
계속해서 아이의 언어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는데, 듣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릴 때, 침묵이 반항이라 여겼고, 엇나가려 할 때는 그저 걱정만 앞섰을 뿐,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었다.
이제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아이에게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를
물러서서 바라보니,
불현듯 몇 년간 서로를 할퀴고 힘들게 했던 시간 속,
점점 괴물로 변해갔던 건 아이가 아니었고 바로 ‘나’였다는 끔찍한 진실을 알아챈 것이다.
나는 참 매너 없는 엄마였다.
그리고 무식한 엄마였다.
알파벳을 배워야 영어를 할 수 있고,
사칙연산을 알아야 수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면서도
‘부모가 되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채 부모가 되었고, ‘시행착오’라는 이름으로 엄마가 우주였던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며
그것이 잘못인지조차 몰랐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달리면 더 멀어져, 돌아오기가 훨씬 힘들어진다.
상처는 잔뜩 나고, 시간이 흘러도 그 자국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바라보고,
그들이 말하려는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점점 자라나는 아이를 온전히 품어줄 수 있도록
부모도 함께 성장하고, 마음을 깊고 넓게 키워나가야 한다.
조금만 더 지혜로웠더라면, 우리는 그 긴 터널을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더 수월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텐데...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이 아쉽고 안타깝다.
이제는 다 커버린 아들의 눈을 바라보려면
까치발을 들어야 하지만, 끝까지 내 아이를 자세히 살펴보리라.
내 안에서 언제나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도록, 안전하고 편안한 휴식처 같은 부모가 되리라.
아들아,
그 시절, 서툰 우리가 널 많이 힘들게 했지.
진심으로 미안하다.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랑만큼은 진심이었기에,
넌 멋진 청년으로 잘 자라주었고,
우리는 부모로서, 한 사람으로서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어.
이제는 까치발을 들어서라도 너를 바라볼게.
끝까지 너의 편이 되어줄 엄마와 아빠로 남을게.
고맙고, 사랑해.
그리고... 정말 자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