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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해사 어름 Feb 10. 2023

진짜 좋아하는 일인지 모르겠다면

'좋아함'의 기준

 우리는 무언가를 좋아합니다. 그게 물건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말입니다. 그런데 그중에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단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무엇을 말씀하실 건가요? 그리고 그 좋아함의 정도는 얼만큼인가요?


 저는 수박을 좋아합니다. 저에게 있어 여름에만 수박을 먹는 사람은 수박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근처 슈퍼에 들러 수박이 보인다면 그건 겨울에든 여름에든 주저 없이 사야만 하는 것이죠. 수박을 위해서라면 맥주도 맛있는 과자도 전부 포기합니다. 여름에는 수박이 많이 나오니 제가 좋아하는 계절 또한 여름입니다. 만약 세상에 저에게 맞는 단 하나의 원푸드 다이어트가 있다면 수박 다이어트일 것입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게 수박이다 보니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집에 들어가 수박을 먹을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특히 연애를 할 때는 그 사람의 프로필에 수박 이모티콘을 달아놓습니다. 저만의 애정의 증거입니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이 나에게 꽃이 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별로 흥미 없는 그저 그런 과일일 뿐이지만 저 같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열정과 사랑의 상징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에게 '세상에 수박이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좋아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었고, 저의 삶을 더욱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었으니까요.


 수박을 그토록 좋아하므로 저에게 있어 '좋아함'의 기준은 수박입니다. 제가 무엇을 보고 과연 제가 그것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궁금할 때 저는 수박과 비교합니다. 수박에 대한 열정만큼 그것을 원하는지 비교해 보면 그것이 단지 일시적인 집착에 불과했는지 아니면 간절하게 원했던 것이었는지 판가름이 납니다.


 " 내가 이것을 수박을 좋아하는 것만큼 좋아하나?" 수박에 대한 열정, 지식, 사랑에 견주어 생각해 보면 금방 그 감정의 온도, 진심의 강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제 삶에서 비본질적인 것들을 추려낼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지만 사실은 사회적으로 주입되었던 선호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줄로만 알았지만 그저 빈자리를 우연히 이 사람이 대신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은 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행위이면서, 상대방에게도 크나큰 상처입니다. 이럴 때 '좋아함'이라는 것에 대한 나만의 확고한 기준이 정해져 있을 때, 우리는 삶에서 비본질적인 변두리의 것들을 솎아내고, 타인을 배려하며, 우리의 삶을 진심과 열정으로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제게는 수박이라면 여러분에게는 무엇이 있나요?
좋아함의 기준이 되는 여러분만의 북극성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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