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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해사 어름 Aug 30. 2023

두 선택지를 두고 고민 중인 당신에게

진흙 덩어리


동전에서 뒷면을 없애는 방법?


 동전을 하나 준비한다. 동전을 튕긴다. 착- 동전을 잡는다. 자, 오늘의 미션! 이 동전이 앞면만 나오게 할 수는 없을까? 손을 펼쳤을 때 100%의 확률로 앞면이 나오고, 절대 뒷면이 나올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 던질 때만 뒷면을 살짝 빼고 앞면만 던지면 되지 않을까? 그럼 던진 후 앞면밖에 나올 수 없다. 아니면, 동전을 처음 만들 때부터 뒷면 없이 앞면만 있는 동전을 만드는 것이다!


 무슨 귀신 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맞다. 사실 뒷면을 없애는 방법은 없다. 앞면이 있는 이상 뒷면은 무조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뒤쪽의 '100'이라는 숫자가 아무리 꼴도 보기 싫어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이순신 장군의 모습만을 보고 싶어 앞면만을 본 채 들고 다녀도 뒤의 숫자 부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든 싫든 상관없이 말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면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 차리라고 한 마디 해 줘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가끔 이렇게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를 모르는 듯 행동한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뒷면이 없어질 리가 없다


 나는 수년 전 두 회사 중 하나만을 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A사는 초과 근무가 필수였지만 급여가 매우 높았고, B사는 워라밸에 최적이었지만 급여가 낮은 편이었다.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A 회사를 선택했는데, 초과 근무가 힘들기는 하였는지 막상 들어가 놓고 보 B사에 들어간 친구가 퇴근 시간을 꼬박꼬박 지키며 친구들과 맥주 한 잔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A사를 들어온 내 선택이 과연 맞았나 후회를 거듭했다.


 그렇게 거의 1년 남짓을 이따금씩 B사의 친구와 나를 비교하며 과거의 선택을 자책했다. 그러면서 이 지긋지긋한 초과 근무에 염증을 느끼곤 하였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었다. 높은 급여를 보고 시드머니를 모으기 위해 A사라는 동전을 선택한 나는 '초과 근무 필수'라는 뒷면을 떼어내고 싶었다. 나쁜 면들은 전부 버리고 좋은 면만 체리 피커(Cherry picker)처럼 쏙쏙 빼먹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무리 앞면만을 보고 싶어도 그 동전에 뒷면이 있다는 건 어찌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갑자기 마법사들의 세계로 이동하지 않는 이상, 적어도 우리 머글들의 세계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게 세간에 존재하는 '진리'다.


 

 세상은 고무찰흙


 세상에 그 어떤 호사를 놓고 보아도 그것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이것은 진리다. 지어 동전만큼 그리 단순하지도 않다. 세상은 여러 좋고 나쁜 면들이 고무찰흙처럼 덕지덕지 붙은 '찰흙 덩어리'다. 당신이 좋아하는 딸기향만 있는 게 아니다. 고수향, 민트향, 마라향 등 당신이 좋아하는지 상관없이 여러 향들이 서로 얼기설기 붙어있다. 당신은 딸기향만 똑 떼어낼 수 없다. 러니까 당신이 딸기향을 원한다면, 당신이 만지기도 보기도 싫었던 다른 찰흙들을 죄다 만질 용기가 있어야 한다. 래야만 비로소 당신이 그토록 원했던 딸기향을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경우 이 흙덩이를 손 위에 올려둔 채 쥐지도 않은 채로 망설인다. 딸기향은 갖고 싶지만 다른 향들은 가지기 싫다. 싫어하는 것들을 애써 거부하며 선택을 유예한다. 딸기향이 아닌 다른 찰흙들이 손안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고수향은 딸기향의 뒷면에서 옴싹달싹하지 않고 붙어있다.


 그렇게, 당신은 손을 움켜쥐었다 폈다를 갈팡질팡 반복하며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아직도 제 자리


 흙덩이를 놓은 것도 아니고 쥔 것도 아닌 상태가 유지되면 당신의 머리 스트레스 과다로 폭발해 버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당신은 분명 딸기향만을 원했다. 그러니 딸기향이 아닌 것들은 죄다 불청객에 불과하므로 매우 불만스럽다. 이 단점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반면에 그렇다고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딸기향도 온전히 즐길 수 없다. 당신의 온 신경은 전그 불청객들에게 뺏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황에 대한 불만은 가득해지고, 주변에 불평만을 토로하며 딱히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로 제 자리에 서 있다.


 하지만 당신은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수만은 없다. 어떻게든 이 딜레마를 해결하고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내디뎌야 한다. 그럼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까?




 첫 번째 단계 : 현실 수용하기


 우리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수험생활을 거쳐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할 수 없는 세계여행이나 연애 같은 것들은 포기해야만 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저축, 투자 그리고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할 수 없는 플렉스나 오마카세 같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이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의 모든 단점들을 포용해야 한다.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양다리를 걸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손을 펼쳐 당신이 원하던 진주를 쥐어라. 진주를 쥐었는가? 그럼 손을 펼쳐보자. 그리고 그 진주에 섞여 들어온 찐득한 개펄과 꿈틀거리는 지렁이들을 봐라. 세상에 날 때부터 고급진 보석 상자 속에 덩그러니 놓인 깨끗한 진주 따위는 없다.


 현실을 수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현실을 '아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현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온갖 단점들을 감수할 용기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그 단점들을 외면하지 못하겠다면 과감히 포기할 용기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은 현실을 피할 수 없음을 깊이 통감해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에 결단해야 한다. 그 흙덩이를 아예 버릴지, 아니면 있는 힘껏 쥘지를 말이다.



 두 번째 단계 : 버릴 것인가 vs 취할 것인가


 1. 버리는 선택지


 당신이 그 손에 있는 것을 버리기로 결정했다면, 손에 힘을 풀고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웠다면 당신은 진작에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손에 힘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집착' 때문이다.


 집착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등의 어미를 가진 마음에 해당한다. '좋은 대학을 가야만 한다', '부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 같은 마음들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들은 그저 당신이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지우는 것도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세상에는 '어느 대학이더라도 날 받아주는 곳으로 간다', '돈은 내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그만이다', '이 사람 아니어도 나한테 맞는 사람은 있다'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 당신에겐 그토록 스트레스가 되는 일도 그 사람에겐 아무 일도 아닌 것이다. '~해야 한다' 따위의 어미를 '~할 필요는 없다'로 바꿔 생각하는 것이다.


 좋은 대학을 가야만 하는 이유, 부자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천천히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당신은 그 이유가 되는 무언가를 위해 여태 한 가지 길만을 집착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 집착을 버리면 손에 힘은 자연스레 풀린다.


 2. 취하는 선택지


  당신이 그 손에 있는 것을 취하기로 결정했다면, 당장 손에 힘을 꽉 쥐어야 한다. 힘을 준다는 것은 그 목표에 당신의 의지가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 당신의 선택에 뭔가 안 좋은 면이 보인다면, 견뎌라. 당신이 선택한 일이다.
 - 만약 견디지 못하겠다면, 역으로 즐기는 방법을 찾아라. 당신이 선택한 일이다.
 - 그래도 안 되겠다면, 좋은 면만 보려고 노력하라. 어찌 됐든 그 하나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이 존재하니 말이다.



 집착과 목표라는 단어는 사실 서로 가족 같은 말이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집착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바람이고, 목표는 현실성이 있는 바람이다. 당신이 쥔 그 흙덩이가 집착이 아닌 목표가 되어 당신의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기 위해선, 그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한다. 당신이 싫어하는 그 모든 향들을 감수하고도 말이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 부자가 되는 것,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을 세상이 당신에게 쉽게 내어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커다란 오산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손을 꼭 쥔 채 목표를 향해 묵묵히 전진하라.



 앞으로 한 발자국


 금과옥조와도 같은 우리의 시간은 속하게도 우리의 의지와는 별개로 흘러간다. 그 시간 동안 누군가는 그 흙덩이에 섞인 단점들 때문에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남 탓만을 반복한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의지도 아닌데 느슨한 손을 타고 떨어진 흙덩이를 보고는 자기가 일부러 떨어뜨리려고 한 건 아니었다며 자책하고 후회한다. 쥐지도 펴지도 못한 채 그렇게 불평불만 다 할 동안 시간이 얼만큼 멀-리 지나갔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고놈의 찰흙 덩어리, 꽉 잡든지 그게 아니면 그냥 깔끔하게 포기해라. 이제 앞으로 걸어갈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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