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자매 이야기(1) 소녀들은 자란다.

그리고 함께 자란다.

by 냥냥이

나는 가끔, 사촌이랑 친하게 잘 지내시네요 하는 말을 듣는다. 그럴 때면 주저 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이번 이야기는 나의 고종사촌 자매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니와 미니는 자매지간이다.

유니는 나와 같은 해에 3개월 먼저 태어났고, 미니는 우리와는 4살 터울 동생이다.

우리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함께 자랐다. 방학만 되면 형이(형이의 어머니와 유니의 어머니는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네 집에서 한 달을 함께 지냈다. 두 어머님은 무슨 일 있으면 삐삐 치라는 말씀만 남기고 홀연히 떠나셨고,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정하여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장을 보면서 살았다. 생활비가 남으면 슬그머니 동네 오락실에 다녀오곤 했었다.


그러다 중학교 입학 즈음 유니네 가족이 멀리 이사를 가게 되어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각종 메신저를 갈아타면서 신나게 채팅을 주고받았다. 성인이 되어 연락의 횟수는 뜸해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친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주 오랜 인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가을날에,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어느 틈에 연락이 닿은 계기로 나는 유니와 미니가 사는 아름다운 바다 도시로 갔다.

유니와 미니는 나를 반겨주었다. 고맙게도 내 카메라도 반겨주었다.

"언니야, 역시 대단하네! 재주가 참 많다."


우리는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고 카페로 향했다. 나는 자매를 쿠션 의자에 나란히 앉히고는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며 사진을 찍었다. 오후 1시 반, 정오의 반듯한 광선 아래에서 사람 사진을 찍는 것은 꽤나 곤욕이다. 조리개 f/11에 셔터스피드 1/500s, 감도 400 갖고는 택도 없었다. 어떻게든 그림자가 지는 바람에 나는 사람 사진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 이제 알았다.(아직 조명을 배우기 전이다.) 진땀을 빼며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중 어느 것 하나를 열심히 진땀 빼는 동안, 미니는 나를 너그럽게 기다려주었다.

"언니야, 천천히 해라~."

유니는 뭘 하고 있었냐고? 너네끼리 찍고 놀라고 크고 푹신한 하늘색 대형 쿠션 의자에 널브러져 제철 과일주스를 쪽 빨아먹고 있었다. 이야, 날씨 딱 좋네!


"언니야, 우리 찍은 거 한 번 보자."

미니의 말에 카메라의 LCD창에 사진을 띄웠다. 다이얼을 몇 번 돌려주고는 카메라를 미니의 손에 쥐어주었다. 테라스의 폭이 사람 다리 쭉 뻗어있을 정도였으므로, 어떤 화각으로 찍어도 둘은 화면을 꽉 채웠다.


나는 자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했다. LCD창에서 자매는 화면에 얼굴을 꽉꽉 채워 이를 훤하게 드러내고 서로를 보고 웃음을 빵, 터뜨리고 있었다.


세로 컷은 조금 더 재밌었다. 둘이 나란히 쿠션에 앉아있었는데, 미니는 세상 이쁜 척을, 유니는 머리를 뒤로 확 젖히고 폭소하고 있었다. 포즈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른다는 유니의 말에 내가 만들어준 장면이었다. 어, 턱 확 재끼고, 내가 시~작 하면 와하하하하! 웃어라, 시~작! 와하하하하~


나는 둘의 모습이 참, 보기 좋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옛날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먼저 미니로 말할 것 같으면 어릴 때부터 그 미모가 출중했다. 동그란 두 눈은 흑진주처럼 빛났고, 방울로 묶은 꼭지 머리를 우리는 사과머리라고 불렀다. 언니야 하며 소매를 끌면 우리는 깨무는 시늉을 했다.

게다가 장난기가 감도는 눈웃음과 보조개, 꾀꼬리 같은 노래 실력은 그의 사랑 많은 어머니를 쏙 빼닮았으므로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 그러나 때로 그는 놀랍도록 영악했다. 아이답게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누가 권력자인지를 아주 순수하고 명민하게 파악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볼품없는 나는 모임 중 가장 하위계층으로, 내 말은 누군가는 한 번쯤은 꼭 잘라먹었다. 그러나 그 영악함조차도 너무 순수해서 사랑스러운 아이였기에, 나는 미니가 좋았지만 싫었고, 싫으면서도 좋았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 대면 만남이 뜸해졌다가 우리는 다시 만났다. 그런데 다시 만난 미니는 내가 알던 그 꼬마애 모습이 아니었다.


"언니야!! 언니 정수리 너무 귀엽다~ 까르르!"

미니는 어느덧 키가 훌쩍 자라 먼저 자란 나를 훨씬 추월하여 나를 내려다보았다. 우리 집 여자들의 피를 이어받아 미니와 유니는 쑥쑥 자랐고, 나는 유전자 랜덤 규칙에 의하여 초등학생 때의 키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더 자랐을 뿐이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데 나의 부들부들은 크게 의미는 없었다. 미니는 키만 큰 게 아니었다. 부쩍 자란 키만큼 마음도, 사회성도 건강해 보였다.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은 그의 매력을 방증하였다.


응, 그렇구나, 언니야, 언니 너무 대단하다! 가하하핫~ 핫핫핫!!

막걸리는 한 사발을 들이 부운 듯한 걸걸한 리액션은 미니의 예쁘장한 외모를 효과적으로 중화했다.


그로부터 간간히 만남을 가진 뒤, 동시에 20대가 되었던 어는 날에 우리는 다시 만났다. 20대 초반의 미니는 미모에 물이 올랐었다. 연예인 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 그런데 미모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의 사회성도 절정에 달해있었다는 것이었다. 그의 한 마디에 동창회가 소집되는 것은 가히 놀랄 일이었다.


그러면서 그 언젠가 내가 지나가는 말로 연애 고민이나 인생계획에 대한 고민을 던졌을 때는 미니는 진지하게 듣고는 꽤나 수준 높은 조언을 하기도 했다. 외부의 자극에 사정없이 휘청이는 나와는 다르게 그는 정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언젠가 우리가 다 모였을 때였다.

나는 물었다. "미니. 어쩜 이렇게 빨리, 많이 컸어? 어른 다 됐네."

미니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언니, 나 어릴 때 언니들이 언니들끼리만 놀아서 너무 속상했었어."


어렸지만 다 알고 있었다는 그의 말에 우리는 숙연해졌다. 그러던 중 천재 형이가 난 아닌데? 하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미니의 몇 마디에 형이도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있잖아, 관계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더라고. 난 학교 들어가면서, 남자애든 여자애든 내가 먼저 다가가고 진심으로 대했어."


나는 발가벗겨진 것 같았다.

아이가 빠진 앞니에서 바람소리를 내며 '언니야 뭐해, 나도 놀자' 하며 아장아장 다가오면 나는 제일 먼저 입을 닫았다. 나는 재빨리 유니의 팔짱을 끼거나 형이의 옆에 바짝 붙어 섰다. 그런 행동들이 어린 동생에게는 비수가 되었던 것이다.


동생인 미니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어떻게든 나아지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사이에 나는 하나, 하나 모든 가능성을 닫으면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착한 아이니까, 튀지 않아야 하는 착한 아이였으니까- 하며, 행동을 하나하나 교정하면서 제 살을 깎아먹고 있었다.


그 옛날 빌리 브란트가 무릎을 꿇은 그 흑백사진처럼 우리는 동생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날 이후로 우리는 더 편하게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언니야, 언니야?"

으응? 하는 나의 헛물음에 미니는 나에게 카메라를 돌려주며 잘 보았다고 웃었다.


"자, 이제 일어나자!" 우리는 카페에서 나와 매미성으로 갔다.

이름이 맴맴 매미? 응, 그 매미 맞다-

과거 매미라는 이름의 어느 태풍으로 밭이 초토화된 농부가 밭과 축대를 재건하다가 짓게 된 진짜 성이란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무리에 우리도 끼었다. 미니가 휴대폰 사진 어플로 시간을 맞추면 우리는 팔을 왼쪽으로 뻗었다가, 오른쪽으로 들었다가, 입을 열었다 다물었다 하며 웃었다.


걷다 보니 성의 꼭대기까지 닿았다.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이 곳의 강점이었다. 나는 또 이쁘장한 미니를 어딘가에다 앉혀두고 흩날리는 생머리를 한 옆태를 찍기 시작했다. 너그러운 미니는 또, 눈을 감고 포즈를 취해주었다. 그런데- "미니야, 근데 너네 언니 어딨어?" 유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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