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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이 Apr 11. 2021

수험생도 사람인지라(1)

멘탈을잡을 수 없다면 신체 컨디션이라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남편이 네 번째로 순경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내심 이번에도 떨어지면 올해 마지막인 2차까지는 응시하도록 설득해봐야 하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남편에게는 이번 1차 시험이 마지막이었다. 드디어 우리 부부는 임신에 성공했고, 시험 결과가 잘못되면 어떻게든 돈을 벌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글로 써보니 우리 남편이 무슨 대단한 철인처럼 보인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철인 같은 면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내가 옆에서 지켜본 남편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끝까지 애를 쓰는 사람이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을까 하면서도, 아니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면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졌다.


반추해보자면 남편은 시험 직전마다 어딘가가 아팠다. 두통은 기본이고 밤마다 악몽을 꾸었다. 높은 절벽에서 누가 밀어 떨어지는 꿈을 꾸었고, 어떤 날 꿈에선 문제를 다 풀지 못하여 경찰서에 잡혀갔다. 말로는 나를 안심시키려 하였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남들은 도와주지도 못할 악몽과 아픔에 매일매일을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기숙학원 생활을 마친 직후 치른 시험에서 남편은 박살난 멘탈로 시험을 버틸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마지막이므로 전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되었다. 이미 타고난 멘탈 기질을 바꿀 수 없다면 내 몸, 내 신체 컨디션이라도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


1. 질병 관리(1) - 두통

남편은 두통이 오래 앓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울렸다. 그러나 수험 기간 동안 이미 내성이 생겨버린 두통은 타이레놀로는 잡을 수 없었다. 우리는 처방전이 필요한 두통약을 알아보았지만 남편은 아플 때마다 매번 약으로만 때울 수 없다며 다른 원인을 살폈다. 고개를 숙인 자세도 문제인 듯했다. 185cm 장신인 남편에게 맞는 독서실 책상과 의자는 웬만해선 찾기 힘들었고, 아마 푹 숙이고 있는 자세로 인해 두통이 유발되는 듯하여, 독서실에 마사지볼을 갖다 놓고 주무르고 1~2 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오히려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는 각오로 이 악물고 하니 오히려 스트레스를 느낄 틈이 없었다. 그래도 머리가 울리는 날은 조금 일찍 귀가하여 반신욕을 하면서 휴식했다.


2. 질병관리(2) - 비염

마지막 시험 준비 기간은 동네 독서실에서 보냈다. 회원권을 구매하면 필요한 강의를 시청할 수 있고, 지정 좌석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한 날은 불만을 토로했다. 히터의 실내온도를 28도로 올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 자리는 구석에 있어서 추우니 틀었겠지만 자기 자리에는 바람이 일직선으로 오기 때문에 눈도 건조하고 콧물이 흐른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남편이 그 독서실 빌런과 싸울 여유도 없었다. 결국 자리를 피해서 공부했고 그러다 보니 콧물이 낫지 않았다. 인내심에 한계가 생겼을 때쯤 남편은 병원에 가서 비염 주사를 한 대 맞고 해결했다. 빌런은 바뀌지 않았으므로 최대한 그를 피했다. 이것이 최선이었다. 어떻게든 빨리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3. 시험날을 '보통의 하루'로 만들기

사람은 관성이 있어 처음 해보는 것보단 이미 해봤던 걸 잘하고, 처음 보는 것보단 이미 보았던 것을 잘 기억한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내 인생이 결정 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너무 압박하면 오히려 컨디션을 망칠 수 있다. 남편은 그간 스스로를 너무 압박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부담을 인식하게 된 이상 없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남편은 시험날을 특별한 날이 아닌, 언제나 반복되는 보통의 하루로 만들었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점심때까지만 쉬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독서실에서 보냈다. 늦잠을 자는 날은 없었다. 시험날을 제외하곤 매일 6시 반 전에 일어났고, 눈을 뜨자마자 욕실로 좀비처럼 걸어갔다. 그리고 식사는 마일드한 메뉴를 원했다. 나는 시험 며칠 전부터 당일까지 소고기 미역국을 삼삼하게 차려주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암기노트를 보고, 10시부터는 모의고사를 한 번에 풀었다.


4. 혹시 모를 위험 방지하기

남편에게 미연의 위험이란 배변 시간이었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는 남편에게는 언제나 오전 10시 전후로 화장실 신호가 왔었다. 예외는 없었다. 그런데 오전 10시는 시험 시작 시간이었다. 남편은 시험 전날 이를 고민하더니 시험 당일 아침에는 물을 마시지 않기로 하였다. 목만 마르지 않게 입에 머금었다가 축이는 것으로 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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