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가장 최근 합격자들의 생생한 수기가 집대성된 보물창고였다.
남편은 매일 최소 12시간을 공부에 전념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부 양의 문제는 아니다. 매일 같은 일을 1년간 하루 반나절씩 꼬박 쏟아붓는 것은 결코 적은 노력이 아니다. 방법만 정석이었다면 이런 지극정성으로는 이미 시험에 붙었어야 했다. 결국 우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공부 양이 아닌, 공부 방법이었다는 것을.
그런데 어떻게 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인가?
10년 전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당시 주위에서는 내게 이런 조언을 했다.
'시험에 붙고 싶거든 인근 동사무소 민원 창구에서 일하고 있는 신임 주무관에게 가라.'
시험과 공부에도 트렌드가 있고, 가장 최근에 합격한 신임 직원들이 이를 가장 생생하게 잘 알고 있으니 누구도 아닌 시보도 떼지 않은 신임 주무관에게 가서 공부방법을 물어보라는 말이었다.
나는 왜 이 말을 빨리 떠올리지 못했을까?
'아내가 공무원 시험 합격생인데' 하는 마인드는 진작부터 글러먹었던 것이다. 나는 남편의 연이은 불합격에 내 책임도 어느 정도는 있음을 통감하였다. 그간 기본서를 봐라, 기출을 봐라, 암기장을 만들어서 자투리 시간에 봐라 하고 떠드는 소리는 학창 시절 그렇게 듣기 싫었던 부모님의 지나가는 잔소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목차를 봐라, 교과서를 잘 보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EBS를 잘 보라는 제삼자의 잔소리. 어린 나는 그러는 아빠는 학생 때 공부 얼마나 잘했어요? 하고 대들었고 결국 네가 부모님한테 그러면 안 되지 하는 훈계로 이어졌었는데, 내가 딱 이러고 앉아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공시생 카페의 합격수기가 도움이 되었던가? 그것도 아니었다. 대다수 합격수기는 무슨 학원 어느 선생님, 무슨 작전, 무슨 캠프 같은 소프트웨어를 추천할 뿐, 이 방법 저 방법 다 해봤던 남편에게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남편도 그러한 수기들은 스크롤을 내리며 스킵했다.
그때였다. 우연히 켠 유튜브 앱에서 최근 공무원 시험 합격생들의 합격수기가 물방울처럼 퐁퐁 올라오고 있었다. 소위 유튜브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기현상에서 나는 영감을 얻었다. 카카오톡과 유튜브를 이미 오래전에 끊었던 남편은 유튜브가 이렇게 도움이 되는 줄은 차마 모르고 있었으니,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운 내가 남편을 위해 신임 공무원들의 팁을 찾아서 알려줄 차례였다.
과연 유튜브는 정보의 신세계였다.
유명 변호사, 3개월 만에 9급 시험에 합격한 현직자, 7개월 만에 7급 시험에 합격한 현직자 등 그야말로 내가 예전에 들었던 '가장 최근에 합격한 인근 동사무소 민원 창구 공무원'들이 유튜브에서 성공법을 풀어내고 있었다. 평소 고양이 영상, 추억의 90년대 애니메이션, 한 번에 라면 열 봉지를 끓여먹는 먹방러들만 찾아봤던 나는 유튜브의 대단함에 새삼 감탄했다. 유튜브는 가장 최근에 합격한 현직자들의 생생한 수기가 집대성된 그야말로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봤을 때도 볼만하다 싶은 영상들을 선별하여 남편에게 보냈다. 남편은 본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을 취사선택하였고, 영상을 보며 그제야 '아...!!' 하고 탄식했다.
몇 가지 영상을 통해 남편은 그간의 자신의 공부방법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영상을 보며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턴할 수 있었다. 경찰 시험도 공무원 시험의 일종이기 때문에 굳이 경찰 수기만 고집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타 직렬 현직자들의 탄탄한 수기에 남편은 쉽게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남편은 그간 기본서와 기출 회독이 중요한 건 알았지만 '어떻게 회독할지'에 대해서는 빈틈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