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무원 준비 기숙학원에 가다.
1. 강의 순환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으므로, 취약한 부분만 취사해서 수강하고 수면을 제외한 하루의 대부분을 독학, 즉 기본서와 기출문제 회독에 쏟아부었다.
2. 다른 것을 다 접고 하루를 온전히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던 불안한 감정, 초조함 마음을 수면 아래로 꾹꾹 누를 수 있었다. 남편은 '공부 외엔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라고 하였다.
3. 휴대폰도 특별한 사유 없이는 사용할 수 없었으니 지인들의 소식이나 안부 연락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휴대폰은 있을 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없어지니 전혀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하였다.
결국 공시생 생활은 나 자신과의 싸움과 주변의 상황을 얼마나 내 의지로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모든 공시생이 기숙학원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강의를 제외하고 혼자 공부해서 합격하는 수험생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통제된 환경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고려할 만한 선택이고, 다행히 남편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기숙학원의 또 한 가지 장점이 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인간이 경쟁자들이라는 점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간 다니던 독서실에서 경찰 종합반 학생들도 함께 있었지만, 기숙학원에서는 모여있는 전체 인원이 같은 목표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라드는 경쟁자들이다. 그들이 모두 나와 같은 지역에 연고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원서접수기간이 되면 누가 언제 나와 같은 지방청에 지원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은 충분한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석 달 간의 기숙 생활 후, 2차 필기시험을 앞두고 남편은 모든 짐을 가지고 귀향했다. 그는 우리의 신혼집을 새삼스레 낯선 곳인 듯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러나 남편은 본인이 세 번째로 응시한 필기시험에서도 또, 낙방하고 말았다.
남편은 시험 전날에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고 하였다. 두통약을 먹어도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 연신 웅웅대는 머리를 감싸 쥐고 시험장으로 향했고, 점수 역시 처참하였다. 남편은 필기시험날 집에 돌아와서도 가방에서 시험지를 꺼내지조차 않았다. 매겨봤자 소용없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