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안 가는 사랑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s.
요즘 우리 부부는 하루 종일 채현이에게 매달려있다. 둘이서 짬 내어 함께 식탁 앞에 앉아있다가도 채현이가 '애' 하는 소리에 식사는 어느새 혼밥이 되고, 대화의 90%가 채현이 얘기가 되었다.
이렇게 신혼부부는 현실적인 전우가 된다고들 하던데... 연인이 부부가 되고 가족이 되는 과정을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야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한 침대에 둘이서만 나란히 누워있을 날은 요원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사랑이 어디 멀리 도망가지는 않나 보다.
남편이 먼저 잤다가 육아를 교대하기 위해 채현이 방에 와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오늘 꿈에서 내가 나왔단다.(남편은 아침에 꿈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한다.)
오늘은 꿈에서 내가 나왔는데, 내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었단다.
꿈에서 우리는 결혼하진 않았었고, 남편이 나 몰래 제주도에 내려와서는 서프라이즈로 놀래켰단다.
나는 반색을 하며 즐거워했고, 남편이 좋아한다고 사귀자는 고백에 왜 그걸 이제 말하냐고 기뻐했다고 한다.
남편의 꿈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남편을 꼬옥 안았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내심 관계가 변할 것 같아 시원섭섭했던 감정이 찰나의 기우였음에 안도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아이가 생겨 부부의 일상 모습이 달라졌을 뿐, 사랑이 어디 가지 않는다는 확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