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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이 Jan 26. 2022

어영부영할수록 그림자는 길어진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보름 전 아빠가 돌아가셨다. 지병이 죽음으로 이어졌다. 의사는 몸을 이렇게 관리하면 죽는다고 했지만 똥고집 센 아빠는 귓등에도 안 들었다. 아니, 이번에는 들었다. 듣고 나서 바로 가신 게 문제인가.


지병은 오래되었으나 숨을 거두신건 너무 갑작스러웠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걸려온 전화로 사망선고를 통보받았다. 나는 단말마의 비명 내지 울음을 내지른 후 남편의 부축을 받고 큰방 침대에 걸터앉았다. 맘마를 기다리는 아기를 남편이 안고 젖병을 물렸다. 내가 흐느끼는 소리, 맘마를 순삭 하고 아빠에게 안긴 아가 등 두드리는 소리, 꺼억 하고 트림하는 아가 소리만이 공기 중에 흐르고 있었다.


조문은 받지 않았다. 집에는 매 순간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기가 있는 상황에 유일한 상주인 나와 남편이 3일씩 고생할 여력이 없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다음날 빈소를 열고 이튿날 아빠를 봉안당에 모셨다. 그렇게 장례식은 끝났고, 아빠의 유품이나 살던 집은 빠르게 정리했다. 바쁘게 돌아다니고 집에 와서 아기 보고, 아기 보다가 시아버지한테 맡겨놓고 정리하러 돌아다니고 하다니 벌써 보름이 지났다.


상주 노릇도 하고 아빠의 유골함도 모셨으니 할 일은 다 했다. 그리고 육아와 상주 노릇을 동시에 하니 말 그대로 정신이 하나도 없어 눈물도 많이 안 흘렸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갑자기 속이 울렁거린다.


아빠가 진짜로 돌아가신 게 맞는 걸까?

아빠는 이 세상에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가?

아빠 이름 옆에 '사망' 표시가 찍힌 가족관계증명서는 위조가 아닌 진본이 맞는 걸까?


아빠를 보내고 보름이 지나서야 아빠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상기된다. 그간 어른 노릇, 부모 노릇하느라 어영부영 지나쳤던 사실 확인이 이제야 아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으로 모습을 바꾸고 내 가슴을 친다.


아빠는 정말 돌아가신 걸까? 정말로 이게 현실인가?


밤이 어둡고 차갑고 무겁다. 하늘이 꼭, 물에 푹 젖은 담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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