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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섭코 May 12. 2020

연애는 이래야 한다는 썰들에 신경 끄기로 했다

연애는 독특한 경험이다.

이제까지 가져온 그 어떤 관계들보다도 훨씬 밀착되었다가, 한순간에 그 접착력이 0이 되어버리기도 하는 관계다. 몽글한 감정이 시작시킨 관계를 이어가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다른 관계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감정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일이 잦은 것 역시 연애다. 감정적인 만큼, 이성적으로 이해도 정리도 되지 않는 일이 많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설명하기 어렵고 또 하나의 공식으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이 있을 때, 설명과 공식을 찾는데에 더 몰두하는 것 같다. 연애에 대한 분석이나 공식을 제시하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시기 상관 없이 꾸준히 쏟아지는 이유이지 않을까.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

'후폭풍이 오면 사람들이 하는 행동'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하기 가장 좋은 시기'


전지전능한 알고리즘이 피드에 띄워준 것이든 커뮤니티 인기 랭킹에 올라온 글이든 이런 제목들은 꽤 자주 눈에 띈다. 이 모든 콘텐츠들이 정답을 알려주고 있는 거라면 연애는 시시한 일이 돼버릴 거다. 그럼 연애만의 그 독특한 재미도 없어질 것 같다. 조회수가 100만이라고 했을 때, 100만 명이 모두 콘텐츠가 설명하는 내용과 완전히 맞아떨어지게 연애를 하고 있지는 않을 거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불변의 연애법칙이 존재하기는 하는걸까.



누군가를 향해 붉고 오글오글거리는 저 하늘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



많고 많은 연애 콘텐츠들 중에서도, 내가 특히나 곁눈도 주지 않으려는 것들은 '연애는 이래야 한다.' 의 변주들이다.


'오래가는 연인들의 특징 5가지'

'연인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강력한 증거'

'상대방을 정말 사랑하면 하게 되는 행동들'


저 콘텐츠들은 연애중인 사람들에게 판도라의 상자다. 열었는데, 상자 안에서 '사실 너는 사랑하지/받지 않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타날 수도 있다. 조금 무섭다. 내 사랑이 진정한 찐사랑이 아니었다니. 그런 콘텐츠들을 홀린듯이 눌러보고, 그 내용에 세게 휩쓸렸던 적이 있다. 나는 내 연인을 진짜 좋아하고 있지 않았구나, 나 이제까지 진짜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구나, 우리는 미적지근한 온도의 연인이구나, 여기서 이야기하는 이런 사랑은 언제쯤 나타날까 하면서. 진짜 사랑이 범벅인 연애를 하고 있다는 확인을 하고 기분이 좋아졌던 적보다는, 비교하고 시무룩해진 적이 훨씬 많았다. 볼 때마다 이리저리 휩쓸렸었다. 그 때문에 연애를 끝내도 보고 부질없는 로망도 가져보다가 어느 순간, 이런 이야기들이 뭔데 내 연애를 판단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연애를 하는 사람인지는, 우연히 발견한 콘텐츠의 저자보다는 내가   알고있다. 내가 사랑을 하는 방식에, 내가 하는 연애에 중심이 잡히면서부터는 그런 썰들을 보면 적어도 이정도는 연락해야지~ 그래도 이러이러한 기념일들은 챙겨야 하지 않나~ 진짜 사랑하면 이렇게 행동하지~  같은 썰들에 휩쓸리지 않을  있었다. 100만개의 연애법칙이 있으면 있었지, 통용되는 연애법칙은 없다. 비트윈을 깔든 말든, 커플 아이템을 하든 말든, 같이 여행을 가든 말든, 100 단위로 기념일을 챙기든 말든, 해도  해도 되고, 정답이나 오답 없이 그저 선택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다. 저마다의 사랑법, 연애일 뿐이지 않나. 연인이 스치듯이 말한 것들을 기억하고 선물로 건내야만 진정한 사랑을 주는 연애인 건가? 그럼 점심에  먹었는지조차 기억  하는 사람들은 평생 진정한 사랑을 못해보는 걸까.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번이라도 아까워하지 않아야 정말 사랑넘치는 연애인건가? 통장잔고와 하나뿐인 몸뚱아린 모두 현실인걸.

누군가는 코웃음을 치며, '진짜 좋아하는 사람을 못 만나봤으니까 이런 글을 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 생각을 한 그 누군가의 연애는 그럴지라도 내 연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다.


그래서 나는 연애는 이래야 한다는 썰들에 신경 끄기로 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사람인지 발견하고, 내 연애를 다듬고 성숙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런 썰들에 '어..?' 하며 조금이라도 흔들릴 시간을, 내 방식으로 내 연인을 사랑하는데 쏟는게 더 좋다.
삶의 어느 영역에든 동일한 이야기이겠지만, 세상이 이야기하는 평균 혹은 '국룰' 이라는 것과 비교하면서 나를, 내 연애를, 내 상대를 이리저리 재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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