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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Jun 14. 2023

현대연극은 체호프로 끝난다.

벚꽃동산 by. 안톤 체호프

벚꽃동산 (2023)

1장에서 총이 등장했다면, 2장 혹은 3장에서는 반드시 총이 발사되어야 한다. 만약 쏘지 않을거면 과감하게 버려라. ‘체호프의 총’이라는 연극기법으로 알려진 연극의 하나의 방식은 현대에서도 여전히 사용된다. 그만큼 체호프라는 작가가 써낸 희곡은 기법과 장치는 오늘날에 와서도 연극의 기본 구도를 완성시킨 작품으로 통한다. 물론 현대연극이 고전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저자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은 서사적인 구조따위는 전혀 배제하고 무대 위의 반복적인 패턴을 넣기도 했다. 혹은 페터 힌트케와 루이지 피란델로 또한 연극의 구조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참여하는 관점으로 뒤집기도 한다. 연극이라는 무대예술이 그만큼 새로운 관점으로 사용되었고 진보했다. 그러나 무대와 극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구도만큼은 누구도 깰 수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안톤 체호프라는 러시아 작가가 남긴 4개의 희곡을 붙잡고 있는지 모른다. 그중에서도 이야기 하고 싶은 작품은 체호프의 마지막 희곡 ‘벚꽃동산’이다. 올해 국립극단에서 선보인 작품으로 희곡 벚꽃동산은 러시아라는 자신의 조국의 불안정한 정세를 담아낸 희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러시아에서 몰락하는 귀족들이 과거에만 매달린다. 그들은 현재를 보지 못하고 있으며, 신흥 부르주아 계층의 신분상승을 노린다. 그리고 침투하는 서구의 자본의 위험성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체호프는 조국의 쓸쓸한 안녕을 고한다. 다만 어리석은 귀족이라고 해서 선은 아니다. 신흥 계층의 악랄한 돈벌이를 위한 노력을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체호프는 그저 흘러가는 시대의 관점을 부각시킨다. 

  

다만 체호프의 연극이 이러한 구도에서 끝을 맺었다면 우리는 체호프를 현대희곡의 완성자라고 칭송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대연극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자신만의 구도를 세웠기에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은 체호프를 인정할 수 있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벚꽃동산에서 보여준 체호프의 연극구조 때문에라도 그의 희곡이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특히 벚꽃동산에서 서사가 있지만 동시에 부조리라는 형식을 연극에 착안하여 구도를 짰다고 생각한다. 연극에서 귀족들은 항상 자신들의 몰락하는 무능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능함이 단지 우스꽝스러운 풍자로 끝을 맺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귀족사회에서 그들은 벚꽃동산의 생명력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의 의지를 보인다.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해결책을 구한다. 분명히 이러한 노력으로 보면 귀족들의 문제는 풍자가 아닌 이상한 모순처럼 느껴진다. 달리 말하면 그들의 행동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려는 의지를 품었다. 동시에 그들은 부르주아 계층의 해결책을 들어도 꿈적하지 않는다. 바보 같이 해결책을 제시해도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들의 태도를 고수하며 어디선가 나타날 새로운 구원을 갈망하며 행동을 개시한다. 결국 귀족들의 삶은 모순으로 뒤섞여져 반복하는 과정만을 연달아 그려냈다. 

  

우리가 자주 말하는 부조리한 것과 여기에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무대 위에서 같은 행동에만 집착하고, 같은 태도로 삶을 재현하고 있다. 그렇게 대사에서 보여주는 삶의 진정한 가치와 벚꽃동산을 위해 살아가려는 의지를 품어도 소용없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의 이해할 수 없는 역설적인 행동은 부르주아 계층이 반복적으로 돈을 향해 갈망하라고 부추기는 의미 없는 외침이다. 더불어 아이러니한 과정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연결점이 되어 연극 벚꽃동산은 체호프가 살았던 재정 러시아의 현실을 상징화 시키는데 성공한다.

  

이러한 점은 체호프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훗날 써내려갈 많은 희곡들의 기초적인 관점 혹은 진보된 구조의 기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체호프의 희곡 그대로 무대 위에 올리는 고전극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체호프의 희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늘 그가 만들었던 연극의 자세와 태도를 유지한다. 무대라는 공간에서 펼쳐질 서사가 어떠한 것인지는 작가의 손에 달렸다. 하지만 연극이 펼쳐지는 순간 관객의 시선은 여전히 체호프의 모든 것을 닮아있다. 이미 사양되는 문화라서 더 이상의 진보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가 새로운 진보적인 방식을 개척하기까지 체호프는 여전히 무대 위에 완성자로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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